[NOW] 수능특강 꾸미기에 빠진 예비 고 3…스티커 붙이거나 그림 그려 넣어
입력 2019.02.19 10:15
-엑소, 방탄소년단 등 좋아하는 아이돌그룹 스티커 표지에 붙여
-지칠 때 보면서 ‘수능 잘 쳐서 오빠 보러 가야지’ 다짐
-표지 꾸미며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 풀기도
  • 아이돌그룹 몬스타엑스 멤버 민혁으로 꾸민 수특./광주 남구 거주 유모양 제공
  • # 광주 남구에 사는 예비 고 3 유모양은 요즘 ‘EBS 수능특강(수특)’을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과목마다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그룹 몬스타엑스 멤버 민혁의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는 사흘에 걸쳐 직접 만들었다. 과목별 표지 색상, 디자인에 어울리는 꼼꼼히 따져보고 사진을 고른 뒤 도안을 짰다.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판매 글을 올렸는데 단 하루 만에 약 500명이 사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유양은 “저처럼 스티커를 붙여 표지를 꾸미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설명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수험생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수특을 꾸미고 있다. 수특은 수험생들이 푸는 수능 연계 교재. 교과서 못지않게 매일 가지고 다니며 봐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특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 쓴다. 유양은 “특히 올해는 표지 호불호가 작년보다 심하게 갈려 평소 교재 디자인에 관심을 두지 않는 학생들도 수특을 꾸미려 한다”고 말했다. 원색인 2020학년도 수특 표지에는 과목별로 연관 있는 인물의 일러스트가 담겼다. ‘볼수록 진국이로구나’(국어) ‘이것이 문제로다’(영어) 등의 문구도 함께다. SNS에 인증하는 재미도 학생들로 하여금 수특을 색다르게 꾸미게 만드는 요소다.

    교재를 단장하는 데 쓰이는 주재료는 좋아하는 가수의 스티커. 학생들은 주로 SNS에서 유명 아이돌그룹의 스티커를 구한다. 반 친구들과 아이돌그룹 스티커를 공동 구매했다는 김희원(경남 창원 토월고 2)양은 “아무래도 일 년간 지겹도록 봐야 하는 책이라 정을 붙이기 위해 좋아하는 가수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라며 “좀 더 신나게 공부를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공부하다가 화나거나 힘들 때 스티커를 보면서 힐링을 해요. ‘수능 잘 쳐서 나중에 이 가수를 꼭 보러 가야지’라는 다짐도 하게 되죠.”

    내달 고3에 올라가는 정모(경북 구미)양 역시 “저 같은 경우 방탄소년단 스티커를 붙여 놓으면 보기 싫은 책에도 한 번 더 눈길이 간다”며 “‘어느 곳에서나 열심히 하는 오빠들처럼 나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결심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가수 외에 반려견이나 할리우드 배우의 사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도 스티커로 활용된다.

  • 학생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표지를 색칠해 수특을 꾸미기도 한다. / 왼쪽부터 주예슬, 구태솔, 장인하(18·경기 수원)양이 제공한 사진.
  • 그림을 그리거나 표지를 색칠해 수특을 새롭게 단장하는 학생들도 있다. 수특 국어 과목의 일러스트를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주예슬(대구 경일여고 2)양은 “꾸미기 전에는 밋밋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유성펜을 이용해 색을 칠했더니 보기에도 좋고 귀여워졌다”고 설명했다. 디자인학과 진학을 꿈꾸는 구태솔(부산 금명여고 2)양은 본인이 그린 일러스트를 출력해 과목마다 붙였다. 구양은 “이렇게 꾸미고 나면 다른 친구의 교재와 차별화를 줄 수 있고 내 작품이 붙은 수특이라 그런지 더 정이 간다”고 했다.

    한편 수특을 꾸미는 학생이 늘면서 일부 아이돌그룹의 스티커는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 됐다. 아이돌그룹 수특 스티커는 보통 16장에 3000~6000원에 판매된다. 원하는 제품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온라인에 ‘스티커 양도할 분 구한다’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급기야 유명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이들에게 수특 스티커 한 장을 6000원에 판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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