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교수 “인신공격은 문제” vs 학생 “의견개진은 자유”
입력 2019.02.14 10:51
- 교수 평가 사이트 김박사넷 ‘시끌시끌’
  • 김박사넷의 한 줄 평에는 소속 대학(원) 학생들이 자유롭게 교수에 대한 평가를 쓸 수 있다. 교수는 원치 않는 평가에 대해 비공개 처리를 요청할 수 있다. / 김박사넷 홈페이지
  • # ‘이 한 줄 평은 해당 교수의 요청으로 블락 처리됐습니다’

    후기로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인 김조한(가명·26)씨는 김박사넷에서 관심 있는 교수 이름을 검색했다. 김박사넷은 교수에 관해 학생들이 남긴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다. 하지만 해당 교수의 평가 대부분은 비공개였다. 교수 요청에 따른 조치로, 남아 있는 글들은 모두 좋은 평가뿐이었다. 김씨는 “지원을 염두에 둔 연구실 분위기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검색 결과에 혼란스럽다”고 했다.

    2018년에 만들어진 김박사넷은 개설 초기부터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교수의 성격이나 연구 성향 등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어서 대학원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또한 학생들의 자율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연구실의 절대 권력인 교수를 견제한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방문자가 80만명에 달한다. 현재 70여개 대학 5500명가량의 교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서 평가의 신뢰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교수는 게시글의 인신공격 수위를, 학생은 교수의 평가 조작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다. 대학원생이 한 줄 평을 남기기 위해서는 소속 학교 이메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연구실 소속이 아니더라도 같은 학교를 재학하거나 졸업한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 평가를 익명으로 남길 수 있다. 한편 교수는 원치 않는 평가에 대해 비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익명성으로 인해 교수 사이에서는 평가가 인신공격이나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줄 평에는 ‘쓰레기’, ‘인생의 오점’, ‘부모의 원수가 온다고 해도 한 번쯤은 말릴 연구실’ 등의 악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수들이 자주 이용하는 다른 사이트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계속된다. 한 교수는 “매우 심각하게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평가가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교수는 “연구지도나 연구실 운영에 관해 비판적인 글을 남기는 건 괜찮지만, 무조건적인 인신공격이나 비방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오히려 학생은 교수가 평가를 조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김박사넷에는 ‘단번에 본인의 평가를 좋게 바꾸는 훌륭한 통솔력을 지니신 분’,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평가가 급상승했네요. 왜일까요?’라며 이를 비꼬는 게시글도 눈에 자주 띄었다. 연세대 대학원생 이상주(가명·26)씨는 “나쁜 평가 일색이다가 교수의 요청으로 삭제되고 좋은 평가가 도배되는 글은 교수가 압력을 넣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유도하는 교수가 있다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평가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일례로 서울 소재 김 모 교수의 한 줄 평은 교수가 부정적인 평가를 삭제한 흔적으로 가득하다. 남아있는 글은 호평이거나 ‘타 연구실 학생의 악의적인 비방’, ‘악의를 품은 학부생이 계속해서 악평을 올리는 것’이라며 교수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교수가 학생의 과도한 비난을 비공개 처리했는지 아니면 타당한 비판을 차단하고 긍정적 평가를 유도했는지는 게시글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원에 대한 정보격차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많다는 목소리가 크다. 타 대학에서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한 성지훈(가명·25)씨는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으면 교수나 연구실에 대한 평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데, 김박사넷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며 “교수가 평가를 비공개 요청한 경우는 ‘교수가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라는 식으로 판단하고, 너무 강한 어조의 글은 가려서 살피는 등 나름의 요령을 만들어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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