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회계비리] 한유총, ‘유치원 3법’ 맞대응 위해 대안 모색하는 정책토론회 열어
입력 2018.11.14 15:10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토론회 개최
  • 14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1회의실에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를 주제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주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오푸름 기자
  • “유아교육 현장은 지금 엄청난 혼란에 빠졌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회계비리’가 터져 나온 이후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처음으로 주관한 공개정책토론회가 14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회의장 객석은 물론 통로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자리를 메웠다. 이들은 발표를 들으며 크게 손뼉을 치거나 눈물 짓는 모습을 보였다. ‘유치원 3법’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과 원장들은 ‘유치원 3법’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선 안된다며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치원 3법은 회계시스템을 도입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부지원금을 교육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설립자와 원장을 분리해 관리·감독체계를 정비하고,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유치원 급식도 관리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은 국회 내 여야 간 이견으로 인해 현재 표류 중이다.

    ◇ "지원금 → 보조금 전환 앞서 특수 목적 비용 정립돼야"

    ‘유치원 3법’ 중 하나인 유아교육법 개정안에는 유치원 원장들이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할 경우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지원 목적과 용도가 한정돼 있지 않은 지원금의 경우, 비리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은 ‘유치원 3법’ 중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핵심 조항이라고 봤다. 현 전 원장은 “최근 일부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기반으로 법을 개정해 기존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려 한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 지원금의 성격이 바뀌어 단 한 푼도 임의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실질적으로는 ‘사립’유치원이 아닌 셈”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상의 문제도 제기됐다. 또 다른 발제자인 박세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보조금은 특수 목적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학부모들에게 지원돼 특수 목적에 사용할 의무가 없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것은 법률의 체계정합성에 어긋난다”며 “적어도 지원금을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려면 특수 목적에 쓰이는 비용에 대한 개념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 에듀파인 의무화…“사립유치원 생존 어려워”

    아울러, 정부는 지난달 25일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공립학교에 적용되는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유치원에 우선 적용하고 나서 2020년까지 모든 유치원에 에듀파인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현재 사립유치원을 감시할 회계시스템 자체가 없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에듀파인 의무화에 대해 강력하게 반기를 들었다. 김주일 공인회계사는 “그간 국공립유치원 및 사립학교에 적용해온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판단”이라며 “국가 지원금이 훨씬 많은 유치원, 학교와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을 동일 선상에 놓고 회계 책임을 물으면 사립유치원은 생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토론회 막바지에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립유치원 법안 논의는 사립유치원은 물론 국회, 정부 학계 등 다방면의 이해관계자가 모여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설립자 개인의 탐욕뿐만 아니라 제도가 미비한 점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며 “제도 보완이나 사립유치원의 특성에 맞는 정책변화를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유치원 3법’과 에듀파인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설득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이후 한유총 등 여러 단체에 간담회를 제안할 예정이다.

  •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 /오푸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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