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진로 설계 역량 길러주는 ‘고교학점제’, 도입 앞서 준비해야 할 점은?
입력 2018.11.08 17:04
-교육부,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공감 콘서트’ 개최
  • 고등학생과 교육계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다섯 명의 패널들이 ‘토크 콘서트’에 올라 고교학점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지수 기자
  • “저는 고교학점제를 ‘붓’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이 제도는 학생들이 저마다 색깔로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죠.”

    8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 150여명의 학부모와 교원 앞에 선 김재호(서울 한서고 2)군이 자신이 생각한 고교학점제의 가치를 전했다. 이어 다른 학생, 교육계 전문가들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오는 2025년 본격적으로 시행될 고교학점제의 의미, 도입 취지, 운영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교육부가 주최한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공감 콘서트’ 현장이다.

    ◇진로 선택 역량 높여주는 것이 장점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의 수업을 선택, 수강하며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이번 행사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앞서 이를 바라보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학생·학부모·교원이 평소 궁금해하던 사항들을 해소 해주려 마련됐다. ▲학생발언대 ▲정책 이야기 ▲토크 콘서트 순으로 진행됐다.

    이중 청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은 세 명의 고등학생들이 발제자로 나선 ‘학생발언대’였다. 김재호군과 고덕영(서울 불암고 1)양, 최현성(서울 자양고 1)군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우리 교육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기대감을 표현했다. 고양은 “고교학점제는 수업 분위기 개선을 이끌고 관심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손찬희 한국교육개발원 총괄기획팀 부연구위원도 고교학점제가 지닌 가치에 공감했다. 그는 “단순히 책상 앞에 앉아있게 하기보단, 학생들에게 마땅히 가져야 할 교과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는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면서 “이 제도로 학생들은 대학 진학 못지않게 중요한 진로 설계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과목 선택 시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일’ 없어야

    이어진 토크 콘서트는 한 마디로 ‘학생과 학부모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간’이었다. 사전에 행사 참석자들에게 받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무대에 다섯 명의 패널이 올랐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 실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손찬희 부연구위원, 김용진 서울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여자고등학교 교사 등이다.

    행사 참석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고교학점제 시행 시 지역, 학교 간 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였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학교 간 연합 교육 과정을 설립하거나 온라인 강좌를 개설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면서 “교사들의 역할도 중요한 만큼, 이들의 학생 지도 역량을 높여줄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에 앞서 학생이 준비해야 할 사항은 없을까. 김성근 실장은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에서는 스스로 원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자질을 지니려면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겪으며 도전과 실패를 맞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 과정에서 문제를 자기 주도적으로 해결해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김용진 교사는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인기있는 과목이나 소위 점수 잘받는 과목만 수강하기보단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어 그는 “학교 차원에서는 앞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는 학점제에 어울리는 대입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이 더해져 학생들에게 고교학점제가 ‘미래로 나아가게 해주는 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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