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 찾은 중3 학생ㆍ학부모 “존폐 위기 체감”
입력 2018.10.18 16:24
-18일 오후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서 열려
  • 18일 오후 2시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에 참석한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 오푸름 기자
  • “예년이라면 어느 고등학교에 갈지 이미 정했어야 할 시기인데,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그동안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과 2022학년도 대입개편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혼란스러워요.”

    서울지역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이 18일 오후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으로 하나 둘 모였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 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는 최근 자사고 지정취소가 확정된 대성고를 제외한 서울 지역 자사고 21개교가 참여했다. 2000여명이 참석해 객석을 빼곡히 채웠던 작년 설명회와는 달리 올해는 객석 중간 중간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역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연사로 나선 안광복 중동고 입학홍보부장은 발제에 앞서 “작년보다 참석인원이 많이 줄었다”며 “예상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모인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사고 지원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한 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자사고 폐지 정책의 하나로 추진된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방침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듯 했다. 다만, 지난 6월 헌법재판소(헌재)가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면서 자사고 지원자도 2개 이상의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헌재 판결로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이 가능해졌지만, 이날 참석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자사고 폐지 방침을 여전히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조미숙(46)씨는 “아이가 애초 자사고에 지원하기로 했는데, 만일 자사고에 탈락하면 먼 거리에 있는 일반고에 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자사고에 지원하지 않으려 했다”며 “다행히 이중지원 금지 방침이 일시적으로 풀리면서 자사고에 지원하기로 다시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서영(서울 동도중 3)양은 “항간에 현재 중3이 자사고 입시의 마지막 대상자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자사고가 폐지되지 않으면 좋겠다”며 “모든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일반고에 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설명회를 주최한 자사고연합회 측은 정부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세목 자사고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도입 10년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미 운영 안정기”라며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정시 등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에게 자사고는 가장 훌륭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사고가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자사고를 지켜내겠다”며 “자사고를 폐지하고 모든 학교를 일반고로 도로 평준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역주행이며 고교 다양성을 유지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명회에서 발제를 맡은 연사들은 자사고의 학습 분위기를 강조하며 학생과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안재헌 중앙고 진학컨설턴트는 선택과목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2015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고 학종이 확대되면서 대학입시에서 선택과목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때 변별력은 수업에서 나온다”며 “자사고에서는 전반적으로 학습 분위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학생이 학습한 선택과목에 대한 내용을 보다 꼼꼼하게 기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발표 자료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중3 학부모 이은재(47)씨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정시 비율이 기대보다 크게 늘지 않아 정시에 유리한 자사고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학습 분위기가 좋다고 하니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가 자사고의 특징이나 커리큘럼 등 학교별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변화한 입시 트렌드 설명과 모집에만 초점을 맞춰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중3 학부모 장철순(47)씨는 “서울 지역 내 자사고별 장점이나 자세한 커리큘럼 등을 비교해보려고 왔지만, 설명회 내용이 대학 입시에만 치우쳐져 있어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에 참석한 중3 학부모들이 강연을 들으며 설명회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오푸름 기자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