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장애 학생 폭행 연이어 발생하자…“특수학교 CCTV 의무화해야”
입력 2018.10.17 10:46
  • “발달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아빠입니다. 적어도 특수학교만큼은 CCTV 설치가 정말 필요해요. 선생님들 인권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의지할 곳 없는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위해 조금만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안 될까요.” (청와대 국민청원 ‘장애아이들 인권보호를 위해 특수학교 CCTV설치 의무화해주세요’ 中)

    최근 특수학교인 서울 인강학교, 교남학교 등에서 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교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국정감사가 열린 국회에서도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에 관한 의견이 이어졌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은 앞서 지난 2016년 8월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특수학교 교사와 장애인 단체 등이 “인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하면서 해당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  “부모가 의사표현 어려운 자녀 학교 내 상황 알려면, CCTV 설치 의무화해야”

    지난 2016년 8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영유아보육법’과 같이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폭행이나 학대에 대한 의심이 들어도 증거자료가 없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등 장애인 학생들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다는 까닭에서다. 영유아와 같이 의사표현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가 학교 안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알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당시 특수학교 교사와 장애인 단체 등이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최근 특수학교에서 연달아 장애 학생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특수학교 내 CCTV 설치에 대한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현재(17일 오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특수학교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한 청원글만 10건에 달한다. 이들은 “특수학교 및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복도, 강당, 식당 등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에서부터라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드러난 강원 태백 미래학교 성폭력 사건의 경우, 학생과 교사의 인권 침해라는 구실로 교내에 CCTV가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아 조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박현철 태백 미래학교 학부모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수학교 내 CCTV 설치를 법제화하고 의무화해야 한다”며 “힘든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특수교사가 대다수이지만 혹여나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사실이 아닌데도 매도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정감사에서도 특수학교 CCTV 설치 관련 논의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5일 이 자리에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사건으로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사들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반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학교 구성원 동의를 얻어 가능하면 CCTV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학생과 교사 인권 침해 우려…사회적 공감대부터 형성돼야”

    특수학교 CCTV 의무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CCTV를 설치함으로써 특수교육 종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고, 교육 현장에서의 사기를 저하해 되레 교육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즉, 학교 현장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사이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에만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7년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초ㆍ중ㆍ고교생 기준)는 약 7만 8378명이다. 이 중 특수학교 학생 비율은 약 25%에 불과하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배치된 장애 학생이 약 57%로 더 많은 상태다. 개정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특수학급 장애학생은 일과의 50% 이상을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에만 CCTV를 설치하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특수학교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6년 개정안이 발의되자 시도교육청, 한국특수교육학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을 포함한 3557개의 기관 및 장애인 단체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등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당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논평을 통해 “개정안이 모두에게 납득될 수 있도록 하려면 개정안의 내용과 맞는 실태조사가 수반돼야 한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과 의식은 2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