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설레는 일 찾아라’ 조언하는 ‘천직 전도사’
입력 2018.09.27 17:22
- [인터뷰] ‘나만의 心쿵 job’ 펴낸 허남원 계명문화대 교수
  • 허남원 교수는 2011년부터 계명문화대학교에서 청소년 성공마인드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천직 찾기를 돕고 있다. / 임영근 기자.
  • ‘천직 전도사’라 불리는 교수가 있다. 10명 중 8명이 대학 전공과 무관하게 일자리를 갖는 시대에 말이다. 허남원(58) 계명문화대학교 컴퓨터학부 교수는 최근 ‘나만의 心쿵 job’을 펴내고 ‘천직’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허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업을 찾는 데에는 타고난 소질과 능력 못지않게 ‘설레는 일’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때 천직이란 타고난 직업이 아닌 ‘자기 자신을 즐겁게 활용하는 업무 방식’을 의미한다.

    ◇천직, 수준별 4가지로 나눠…“‘설레는 천직’이 가장 행복감 느껴”

    그러나 무한 경쟁 시대에 ‘설레는 일’을 단번에 찾기는 쉽지 않다. 이에 허 교수는 “천직도 여러 단계가 있으며 크게 4단계로 나뉜다”며 “상상의 천직ㆍ만족의 천직ㆍ금욕적 천직ㆍ설레는 천직이 그것”이라 했다. 그는 “단계가 높아질수록 행복감과 가슴 설레는 ‘심(心)쿵’한 느낌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이 같은 느낌과 가장 거리가 먼 경우부터 예를 들었다.

    “‘나의 천직은 이게 아닌 것 같아’라든지 ‘저 사람은 천직을 가졌군, 정말 부럽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이는 ‘상상의 천직’ 단계입니다.”

    즉, 어떤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은 이 일보다 다른 일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허 교수는 “‘자립의지’와 이를 단호하게 ‘결심하는 마음’이 필요한 경우”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이 좋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믿는 ‘만족의 천직’ 단계다. 이 단계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기만족에 그칠 뿐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몸에 배지 않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열심히 일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면 천직일까. 허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 단계를 ‘금욕적 천직’이라 일컬으며 ‘워커홀릭(workaholic)’들이 해당한다고 했다.

    “천직이 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 과다로 인해 일 자체에 지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 인생 주도권을 뺏기고 말죠. 이들은 천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파트너’와 그와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허 교수가 말하는 ‘설레는 천직’은 무엇일까. 이에 그는 “업무에 관계돼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며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라며 “이 같은 마음은 업무의 탁월한 성과를 내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주위 사람에게 만족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천직 찾기까지 동기부여 없어… “청소년에겐 뚜렷한 목표 심어주고파”

    물론, 허 교수 자신도 지금의 ‘동기부여 지도사’라는 천직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허 교수는 당시 수학을 못해도 합격할 수 있었던 계명대 전자계산학과에 입학했지만, 첫 시험에서 학사경고를 받았다. 오기가 생긴 허 교수는 노력 끝에 카이스트 전산과 석사에 합격, 졸업 후에도 한국통신연구원 연구원으로 활약해 대학 전임강사로 활동, 이후 도쿄대 유학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기초 수학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연구를 지속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가르치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사업에 손을 댔지만 이내 가족들과 멀어지고 집안에는 청구서만 쌓여갔다.

  • ‘천직 전도사’로 불리는 허남원 교수가 최근 ‘나만의 心쿵 job’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이번 학기부터 ‘천직 안내사’ 과정을 개강해 운영하고 있다. / 임영근 기자.
  • “‘이래선 안 되겠다’며 정신을 차렸습니다. 문득, ‘50여년을 사는 동안 동기부여가 없이 불도저처럼 달려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청소년기부터 동기와 적성을 찾는 과정을 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그는 계명문화대에서 2011년 ‘청소년 성공 마인드 함양’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동기부여 찾기’ 강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입시와 관련 없는 강의라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 내 중고등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열정적인 강의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윽고 2012년 열렸던 ‘제1회 대한민국 교육 기부 박람회’에서 교육부의 대표 인성 프로그램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동기부여에 이어 허 교수는 이번 학기부터 ‘천직 안내사 과정’까지 강의하고 있다.

    “누군가는 저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천직이라니? 무슨 소리냐’고 타박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정답 같은 직업은 없습니다. 그러나 천직의 여러 단계 중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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