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입④] 주요大 “‘울며 겨자먹기’ 정시 확대…공교육 정상화 멀어져”
입력 2018.08.17 17:31
- 전문가 “내년 4월까지 대학 간 전형 비율 눈치 싸움…특목·자사고 웃을 듯”
  •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 및 총장들에게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 교육부가 각 대학에 2022학년도 대입 시기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 전형 비율을 30% 이상 늘릴 것을 권고했다. 교육부는 ‘권고’라고 표현했지만, 대학들은 “반강제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대학이 정부의 교육 정책을 상대로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거의 모든 대학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교육당국이 공교육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대입개편 최종안을 발표하며 대학에 따르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에는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 ▲수능 평가 방식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이 비율이 30%에 못 미치면 교육부의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선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지 않기로 했다.

    ◇대학들 “교육 정책 ‘반기’ 들어본 적 없어…정시 확대할 수밖에”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의 ‘수능 위주 전형 30% 확대’ 권고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서울경인지역입학처장협의회장)은 “현재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학생 선발방법 및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꾸준히 입학정원과 예산을 무기로 대입전형 가이드라인을 대학에 강요해왔다”면서 “이번 대입개편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권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모대학의 입학처장 역시 “이번 개편안은 대학에 ‘권고’를 가장한 ‘강제안’이라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수동적인 입시 환경 변화가 일어나면 사교육 시장만 커져 그 피해를 학생들이 본다”고 지적했다.

    단, 학생부교과전형이 30% 이상인 대학은 예외다. 지방 소재 대학들이 주로 이에 해당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방 소재 대학 대부분은 학생부교과전형이 30%가 넘기 때문에 정시 모집을 확대하는 대학이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이문영 원광대 입학처장(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은 “지역 대학은 대부분 수시 모집으로 학생을 뽑는다”며 “교육부의 ‘정시전형 30% 이상 권고안’은 지방대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목고·자사고, 인기 높아질 것

    특목고·자사고 학생은 수능 위주 정시로 대학에 갈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정시 수능전형 비율 확대로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자사고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2019학년도보다 2022학년도에 수능 위주 전형 선발 인원이 3천여 명에서 5천여 명 늘어나면서 수능 사교육 시장이 다시 활발해지고, 재수 학원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덕 소장 역시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으로 정시를 갈 기회가 늘어나면서 이들 학교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면서 “이들 학교는 수시모집의 학생부교과전형에선 불리하지만 비교과 관리를 잘하면 수시모집의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을 통한 진학 기회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오히려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학들 “공교육 정상화에서 멀어진 ‘2022 대입 개편 최종안’” 지적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을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이 기존 공교육 정상화 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용진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내놓은 정시 비율을 확대하라는 ‘권고안’은 사교육 업체가 크게 환영할 내용”이라며 “수능 입시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처장 역시 “교육부는 애초 수능 위주가 아닌 수시 위주로 전형을 내실화하며 시험성적이 아닌 ‘학습 과정’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그것을 뒤집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020학년도 대입기준으로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중 학생부교과전형이 30% 미만이면서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이 30%가 안 되는 대학은 35곳 (17.7% 수준)이다. 이번 권고안에 따라 정시 비중을 올리든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높여야 하는 대학들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포스텍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주요 대학이 포진돼 있다.

    이에 내년 4월까지 대학 간 수능 정시 비율에 대한 눈치 싸움이 치열할 듯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 중3에 적용되는 2022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은 2020년 4월에 발표되지만, 현재 고1에 적용되는 2021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은 내년 4월말에 발표된다”며 “일반적으로 입시전형계획안은 전년도 전형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2021학년도 대학별 입시전형계획안이 2022학년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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