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신입생 4년 만에 석사 만들겠다는 서울대 패스트트랙 ‘갑론을박’
입력 2018.08.14 18:04
- “코페르니쿠스적 교육혁명” VS “‘문·사·철’ 이미 석사생 과잉”
- “인문학, ‘효율성’보다는 ‘숙려ㆍ숙의’ 교육과정 필요한 과목”
  • /조선일보 DB
  • 서울대 인문대학이 내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4년 만에 학사와 석사과정을 모두 마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영 인문대학 신임 학장이 지난 학기에 ‘학·석사 통합과정(패스트트랙ㆍfast track)’을 주요 공약으로 건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아직은 서울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인문대학 차원에서의 추진 계획단계인 상태지만,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14일 서울대 인문대에 따르면, 최소 6년이 걸린 석사학위 취득을 4년 만에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패스트트랙 과정으로 학년당 3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인문대학 소속 16개 학과에서 총 48명을 뽑는다. 해당 제도 도입이 추진된 것은 관련 고등교육법 조항 마련 후 처음이다.

    문상연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애초 국내에 ‘학·석사 연계과정(또는 통합과정)’은 지난 2012년부터 관련법(제29조의 3제1항) 마련 후 가능했다”며 “이에 따라 서울대 인문대가 4년 만의 석사 학위 취득을 도입하는 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교육계 안팎에선 “서울대가 ‘코페르니쿠스적 교육혁명’을 시작했다”는 기대서부터 “이미 과잉된 인문대 석사생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일 뿐”이라는 지적까지 해당 제도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해당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직업학자가 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고질적인 박사 실업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예비 연구인들이 학위취득 기간에 대한 갖는 부담이나 경제적 두려움에서 좀 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또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준비로 과도하게 쏠리는 국가적 손실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울대가 코페르니쿠스적 교육혁명을 시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무리 소수정예라도 적체가 되면, 결국은 또 과잉된 석사생들이 배출되는 꼴”이라며 “이미 레드오션인 문·사·철(문과, 사회, 철학)분야의 석사생들만 더 늘어날 것이다. 이는 결국 인문대생들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일 뿐 근본을 보지 못한 정책”이라 지적했다.

    앞서 이재영 학장은 패스트트랙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연계과정을 거친 박사학위 취득자에게는 연구 전담 펠로(fellow)나 강의교수 형태로 7년에서 10년까지 연구ㆍ강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류성창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는 “‘10년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궁금하다”며 “대략 500여명의 장학금을 준다는 계획 역시 구체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인문학의 특성상 빠르고 효율적인 교육이 아닌 숙련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교수는 “인문학은 ‘연륜’이 필요한 과목”이라며 “인문사회학은 숙려·숙의 과정을 겪으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사람과 부딪혀야 하는 학문인데, 이 기간을 줄이고 경감함으로써 인문학의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재영 학장은 해당 제도를 오는 9월 인문대 학과장 회의 안건으로 올리고 나서 10월 중 전체 교수회의 때 가시화를 할 계획이다. 그는 “선거 공약이었던 패스트트랙은 신임 학장으로서 1호 공약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우수 학부생들이 대학원 입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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