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료취약지서 근무할 의사 양성 위해 공공의전원 설립한다는데…
입력 2018.08.10 15:52
-"지역 의료 격차 해결해야" VS "기존 의대 활용해야"
  • /조선일보 DB
  • “국립 의과대학 등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립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해 지원한다면 기존의 의료교육체계가 무너질 것 같아요. 의사들이 왜 지방 근무를 꺼리는지 근본적인 이유부터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민정‧가명‧29‧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이르면 2022년 전라북도 남원에 4년제 의학전문대학원 형태의 국립 공공의료대학원이 문을 연다. 이른바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이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일 교육부는 ‘2018년도 제2차 국가‧특수법인 대학설립 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립 공공의과대학(원) 설립안‘에 대해 타당성을 심의‧의결했다. 그러자 이튿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이후 의협은 지난 8일 상임이사회에서 ‘국립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저지 TF' 구성을 의결하고 관련 법개정을 막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 “공공의료대학원으로 지역 의료 격차 해결할 것”

    정부는 공공의료 발전과 지역민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공의료대학원의 모집정원은 49명으로, 지난 2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만들어진다. 학생들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중점적으로 교육을 받고, 남원의료원 등 지역 의료원에서 순환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가 4년간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신 학생들은 졸업 후 도서 지역,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 배치돼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내로 ‘국립 공공의과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가칭)’이 국회를 통과하면 구체적인 설립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지난 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전국보건의료노조)은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환영한다는 입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OECD 보건통계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라며 “공공의료 종사자 부족 문제가 공공의료 공백과 지역 간 의료격차를 가져왔고, 구인난에 따른 의사 인건비 상승은 공공의료기관 적자와 경영악화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이번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계기로 이 같은 지역 의료 격차를 해결하고, 공공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의료대학원 의사 정원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공공의료인력 양성 대상도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비효율적…기존 의대ㆍ의사 활용해야”

    정부의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대한 타당성 심의가 이뤄진 직후, 의협은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일 의협 측은 “의학교육의 첫 걸음 격인 의과대학 설립 문제는 의료계가 주축이 돼 추진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공공의료대학원 설립과 관련해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협에 어떠한 의견도 구하지 않은 채 단 두 차례의 심의회의를 통해 졸속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어 “국회 예산정책처 비용 추계에 따르면 국립 의대와 부속병원을 설립‧운영하는 데 31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며 병원 설립을 제외하고도 1744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기존 국립 의대나 공공의료기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세금을 낭비하면서까지 무작정 공공의료대학원을 추진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8일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정말 공공의료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면 은퇴한 기존 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의료취약지로 가길 꺼리는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욱이 의협은 최근 ‘국립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저지 TF’ 구성을 의결했으며,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를 막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희철 ‘국립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저지 TF’ 위원장(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의학교육적인 관점에서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은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위원장은 “공공의료를 전담하는 의사를 양성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의사 양성과정 전반에서 이를 다루진 않기 때문에 추가 설립은 무의미하다”며 “전국에 40개의 의대ㆍ의학전문대학원이 있고 그 중 10곳이 국립 의대인데, 대학별로 일정 인원이 졸업 후 공공의료에 관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게끔 한 뒤 의료취약지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공공의료대학원이 다른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처럼 교육부 소관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분류되면서 학생들 간 위화감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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