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그것이 알고 싶다] “뭘 배우는 학과죠?”…알쏭달쏭 학과명 편
입력 2018.07.19 16:06
  • 최근 수험생의 진로 방향성이 명확하더라도 어려운 학과명 때문에 애를 먹기 일쑤다. 입시전문가들은 수험생이 직접 학과 소개와 교육과정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 “나중에 PD가 돼 방송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수험생입니다. 대학교도 관련 전공으로 진학하고 싶은데, 학과명이 어려워 학과를 찾는 게 쉽지 않네요. 학과명에 ‘미디어’라는 말이 들어 있어 막연하게 방송 관련 전공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IT나 광고홍보에 가까운 경우도 많고요.” (최지현·가명·고3)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학생의 전공 적합성을 고려하는 전형의 비중이 커지며, 진로 계획에 따른 ‘학과 선택’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수험생의 진로 방향성이 명확하더라도, 어려운 학과명 때문에 애를 먹기 일쑤. 특히 새로운 이름의 융합 학과가 증가하는 추세라, 학과명만으로는 전공을 파악하기 어렵다. 입시 전문가들은 “관심 학과와 유사학과를 찾거나 학생부종합전형에 중요한 항목인 전공 적합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수험생이 학과명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는 명칭은 비슷하나 실상은 다른 전공인 경우다. 예를들어, 명지대와 서울여대 모두 운영하는 디지털미디어학과는 교육과정을 보면 명확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명지대의 경우 언론·광고홍보·미디어 직군으로 이어지는 언론홍보학과와 유사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서울여대는 프로그래밍 등 소프트웨어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단국대가 운영하는 커뮤니케이션학부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도 이름만 유사할 뿐 배우는 건 다르다. 커뮤니케이션학부는 사회과학대학에 속해 저널리즘·영상콘텐츠·광고홍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소위 언론홍보학과이며,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는 예술디자인대학에 포함된 시각디자인학과다.

    학과명만으로 전공을 예단할 수 없는 건 이공계열도 마찬가지다. 국민대 바이오발효융합과,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서울여대 바이오인포메틱스 전공은 모두 바이오를 학과명에 포함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산업계와 연계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서로 다른 전공이다. 또 다른 바이오학과인 충북대의 바이오시스템공학과는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농산물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바이오 관련 작업의 첨단화를 추구한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이는 농업학과에 가깝다. 전남대의 바이오에너지공학과는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 인력을 양성’하는 에너지 공학과다.

    영어 약자만으로 이뤄진 학과명도 있다. 한국외대 영어대학의 ELLT학과, LD학부의 LD전공은 영어 전공명의 약자가 학과명이 된 사례다. ELLT(English Linguistics & Language Technology) 학과에서는 영어학적 지식을 공학적 사고와 융합할 수 있으며, LD(Language&Diplomacy)학부는 외국어와 외교 분야 교육으로 외교관, 국제기구 진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고 해당 학과 홈페이지는 소개하고 있다.

    최근 대학에서 융합형 교육을 선호하며, 여러 분야명을 합친 학과명도 느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서강대의 지식융합학부 아트앤테크놀로지 전공은 ‘예술’적 감수성과 첨단 ‘기술’의 융합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과다. 특히 영어 단어로 이뤄진 융합학과는 공학계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균관대의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는 생명공학과 기계·전자공학의 합성어다. 동 대학의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는 학과명에 ‘의학’과 ‘공학’을 함께 전공한 ‘글로벌인재’를 키우겠다는 인물을 기른다는 목표를 담았다.

    복잡한 학과명 때문에 진로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서는 ‘학과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인문사회계열-사회과학-언론·방송·매체학 등으로 자신이 원하는 전공 계열을 입력하면, 광고홍보학과·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등 이에 해당하는 모든 학과명을 안내받을 수 있다. 구안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포털 TF팀장은 “대입정보포털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정확한 학과명을 안내하고 있다”며 “진로에 적합한 학과 정보를 찾아본 뒤, 학과에 따라 자신의 성적을 분석해보면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무엇보다도 입시전문가들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학교나 학과 공식 홈페이지에서 교육목표나 커리큘럼을 확인하는 게 학과를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며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에 있던 학과가 단순 명칭만 변경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일부 대학의 건축사회환경·사회환경기반시스템공학과는 토목공학에서 이름만 바꾼 경우라는 걸 학과 소개와 교육과정으로 파악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과명을 어림짐작해서 지원여부를 판단하면 실수를 범할 수 있으니, 학과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서 바이오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학과 중 일부. 이름이 비슷하더라도 교육과정은 전혀 다른 학과일 수 있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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