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책 읽을 시간 없다고요? 스마트폰부터 내려놓으세요”
입력 2018.07.17 11:10
[책·알·못을 위한 독서 처방전 ②성인 편]
-대학생 때 읽은 책 한 권 덕분에 독서에 흥미…5년간 1000여권 읽어
-책은 많은 사람 만나고 다양한 생각·지식 배울 수 있는 통로
-‘시간 부족’은 핑계…스마트폰만 덜 봐도 독서 시간 충분
  • 최근 ‘독서 꼴찌 탈출기(가나북스)’라는 책을 펴낸 전아름 작가. 대학 졸업반이 돼서야 독서의 재미를 알고 5년간 1000여권을 읽은 그는 “책을 읽으면서 삶의 태도, 생각 등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독서는 가장 가성비 높은 공부법”이라고 귀띔했다. / 한준호 기자
  •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간 일반도서(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 비율이 40.1%나 됐다. 하지만 독서 능력, 즉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학생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자료를 읽고 분석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도 독서 능력은 필수다. 더구나 지금처럼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사회에서는 이를 읽고 이해하며 핵심만 추려 낼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독서를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 하지만 독서 습관은 ‘오늘부터 책 읽겠다’고 다짐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아무 거나 마구잡이로 읽어봐야 읽기 능력은 쉬 길러지지 않고, 다시 책을 멀리하게 될 가능성만 커진다. 비(非)독서인이 ‘독서인’으로 거듭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선에듀는 책·알·못(책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처방전’을 <중·고교생 편>과 <성인 편>으로 나눠 연재 중이다. 지난 회인 <중·고교생 편>에 이어 오늘은 ‘책·알·못’에서 자타공인 ‘독서광’이 된 전아름(30) 작가에게서 성인들을 위한 독서법을 들어봤다.

    ◇독서모임·저자 강연회…독서에 더 재미 느끼게 해

    전 작가는 몇 년 전만 해도 그다지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중·고교생 때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독서할 틈이 없었고, 대학(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하고서는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즐기고 아르바이트하는 데만 시간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5년 만에 1000여권을 읽은 ‘독서광’으로 변신했다. 대학 마지막 학기에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책 한 권(‘꿈꾸는 다락방’·이지성)이 계기가 됐다. 전 작가는 “당시 ‘간호학과에 다니니까 당연히 간호사가 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며 “책을 읽고 나서 ‘내 어릴 적 꿈은 뭐였지’ 등을 생각하며 저 자신을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책 속에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작가는 “간호사로 취직한 후 3교대로 일하면서도 출퇴근길에 집 근처 서점에 들르는 게 일과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독서의 장점은 누구나 알지만, 무작정 책을 잡는다고 잘 읽히는 건 아니다. 전 작가는 독서를 더 흥미롭게 하는 벙법으로 ‘독서 모임’과 ‘강연회’ 등을 꼽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팬카페에 가입해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가 하면, 관심 있는 작가가 강연회 등을 자주 찾았다. 독서를 처음 시작할 때는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지만, 독서모임 등에 참석하면서 역사·인문학 등으로 읽는 분야가 넓어졌다. 그는 “같은 책을 읽고도 각자 다르게 느낀다”며 “독서 모임에서 대화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일요일 아침마다 독서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혼자 독서하면 금세 흥미를 잃거나 한 가지 분야의 책만 읽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독서 모임에 참석하면 (다음 모임을 위해) 반강제로라도 책을 읽어야 하고, 제가 잘 읽지 않는 분야의 책도 읽어야 해요. 때로는 독서 모임에서 저자를 초청해서 같이 강연을 듣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되고, 독서에 더 흥미를 갖게 됐죠. 또 독서 모임이나 강연회에는 다양한 연령·직군의 사람이 모이는데, 그들에게서 받는 영향도 컸습니다.”

  •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아름 작가 / 한준호 기자
  • ◇책 고를 땐 ‘목차’ 먼저…독서 관련 팟캐스트도 도움

    요즘 성인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요인으로 ‘시간 부족’이 꼽힌다. 하지만 전 작가는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라고 지적했다. 출퇴근할 때나 다른 사람을 기다릴 때 등 생활 속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세 살 자녀를 둔 워킹맘인 그도 집에선 읽을 시간이 없어 출퇴근 시간(편도 20분)을 독서에 할애한다. 하루 40분을 투자하면, 주당 한두 권은 읽을 수 있다. 만약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오디오북’을 이용하면 된다.

    “사실 요즘 독서의 가장 큰 방해꾼은 ‘스마트폰’입니다. 문득 정신 차려보면 30분 넘게 누군가와 카카오톡 메시지만 주고받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예요. 전화했다면 몇 마디로 끝났을 대화를 수십 분씩 끌기도 하죠. 아니면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거나 동영상을 보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것들이 독서 시간을 없애는 요소예요. 만약 독서가 익숙지 않아 어렵다면, 자기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골라서 가지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한 줄이든, 한 문단이든, 한 장이든 읽을 수 있는 만큼만 읽으면 돼요. 그러다 보면 책에 대한 흥미도 커지고, 읽는 분량이나 시간도 점차 늘 겁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책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전 작가는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목차를 살핀다. 책에 어떤 내용이, 어떤 순서로 담겼는지 등을 알 수 있어서다. 그는 “목차를 보고도 잘 모를 때는 작가의 말까지 읽어보면 책을 고르는 데 도움된다”며 “또 독서 관련 강연이나 글쓰기 강좌 등을 꾸준히 듣다 보면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 등을 판단하는 안목도 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아직 혼자 힘으로 책을 고르는 게 어렵다면, 독서 관련 팟캐스트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5년간 1000여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다독(多讀)을 해온 그는 요즘 ‘질(質)적 독서’에 집중하고 있다. 일 년에 12권밖에 읽지 못하더라도 한 권 한 권을 집중해서 읽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질적 독서’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필사(筆寫)’다. 그는 “한 줄 한 줄 손으로 옮겨 적으면서 의미를 곱씹다 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필사한 책은 읽었을 때의 감정이나 생각, 인상 깊은 구절 등이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귀띔했다.

    대학생이 돼서야 책을 잡은 그가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독서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 작가는 “독서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제 생각이나 살아가는 태도가 달라지고,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을 때, 가장 ‘가성비’ 높은 방법은 ‘독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을 통해 어떤 사람이든 만날 수 있고,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도 배울 수 있으며 다양한 지식까지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제 환경이나 생각의 틀을 깨지 않으면 삶을 바꿀 수 없는데, 독서는 그 틀을 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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