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전공·심화전공·연계전공·융합전공·자기설계전공…이게 다 뭐죠?
입력 2018.06.20 16:04
[대학, 그것이 알고 싶다①] 알쏭달쏭 전공 제도
  • -융합형 인재 육성·취업률 향상 등 위해 전공 제도 다양화
    -복수전공·심화전공 등 ‘필수’로 지정하는 대학 늘어
    -연계·융합전공은 물론 학생이 직접 만드는 전공도 있어

  • 최근 각 대학이 전공 제도를 다양화하면서 이중전공이나 복수전공, 심화전공 등을 ‘필수(졸업 요건)’로 지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경영학과 진학을 생각하는 수험생입니다. 문과생이지만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쪽에도 관심이 많은데, 대학에 가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통해 두 가지 전공을 공부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경영학과 학생이 컴퓨터공학이나 소프트웨어 전공을 (복수전공 등으로) 선택하는 게 가능한가요? 복수전공과 부전공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제가 지원할 대학에는 ‘융합전공’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건 복수전공과 다른 건가요?” (김현민·가명·고 3)

    9월 10일 시작되는 201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까지 이제 8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 달 초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면 고 3 학생들은 곧바로 수시모집 지원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수험생들이 대학 지원 시 고려할 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다수가 잘 모르거나 관심 갖지 않는 것이 바로 각 대학의 전공 제도다. 이에 대해 들었더라도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정도를 어렴풋이 아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각 대학은 융합형 인재를 키우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교육 혁신’을 단행하면서 전공 제도 개편에 힘을 쏟았다. 흔히 아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외에 이중전공, 다(중)전공, 심화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자기설계전공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최근 전공제도가 다양해진 데다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 심화전공 등을 ‘필수 이수’로 지정한 대학도 느는 추세”라며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할 학생이라면 ‘입학 후 학업 계획’ 등을 기술할 때 이러한 전공 제도를 활용하는 계획을 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중전공 등 ‘필수’로 지정, 제2전공 선택 시 계열 제한도 폐지 추세

    복수전공과 부전공은 대부분 대학이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제도다. 대학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2학년(또는 3학년)부터 주전공 외 다른 전공을 선택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이수할 수 있다. 복수전공은 졸업 시 주전공 외 복수전공으로 택한 전공까지 2개의 학사 학위를 받지만, 부전공은 주전공의 1개 학위만 받으며 졸업장에 ‘국어국문학과(부전공 영어영문과)’식으로 표기된다.

    대학에 따라서는 복수전공 대신 ‘이중전공’이나 ‘다(중)전공’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예컨대 서강대·경희대는 ‘다전공’, 한국외대는 ‘이중전공’, 한양대는 ‘다중전공’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중전공은 2개 전공을, 다(중)전공은 2~3개 전공을 동시에 이수할 수 있는 제도다. 도은혜 서강대 발전홍보팀 과장은 “서강대 다전공 제도는 4년 내 3개 전공까지 이수 가능한 제도”라며 “주전공 외 제2·제3 전공 선택 시 계열이나 학과, 성적 등 제한도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강대의 경우 현재 재학생의 50%가량이 다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다전공이나 이중전공 제도를 이수하면, 복수전공과 마찬가지로 졸업 시 2~3개 학위를 받게 된다.

    다만 복수전공과 이중(다중)전공 제도를 모두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고려대·한양대가 대표적이다. 고려대는 제2전공 제도를, 한양대는 다중전공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복수전공 제도를 별도로 뒀다. 두 대학의 경우, 주전공에서 졸업 요건을 갖추고 나서 복수전공을 이수할 수 있기 때문에 4년 내 이수가 불가능해 졸업을 유예해야 한다는 점이 제2전공·다중전공 제도와 다르다.

    주목할 점은 최근 학생들의 복수전공(이중전공·다전공)이나 부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과거엔 인문계열 학과 학생이 같은 인문계열이나 사회과학 계열 전공을 고르는 일이 많았다면, 지금은 자연계열이나 공학계열을 선택하는 등 문·이과 경계를 넘어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대학에서도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융합형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문·이과 제한을 풀고 선택 폭을 넓혀주는 추세”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는 이은민(서울여대 기독교학과 4)씨는 “주전공 외에 제 관심 분야와 희망 진로에 맞는 전공을 하나 더 들으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복수전공 제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학년 때까지 아동학·교육학·청소년학·언론정보학 등 다양한 전공의 강의를 들으면서 탐색 시간을 가진 뒤 3학년에 진학할 때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이씨는 “서울여대는 복수전공 선택 시 계열 제한을 두지 않아서 같은 과 친구 중에는 디지털미디어학과(자연계열)나 미술대학 학과를 선택해 복수전공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교생 후배들에게도 대학을 선택할 때 전공 제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진로를 일찍 정한 고교생도 있지만, 사실 그러지 못한 학생이 대부분이에요. 목표했던 학과에 합격한 학생도 막상 대학 입학 후 주전공이 맞지 않거나, 다른 전공에 더 관심 가질 수도 있고요. 만약 희망 전공이 뚜렷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관심사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학생이라면 대학의 전공 제도를 잘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공 제도가 다양하고 문을 넓게 열어줄수록 학생에게 더 많은 학습 기회가 있다는 얘기니까요.”

  • 전공 제도를 설명한 한 대학 홈페이지 갈무리. 전공 제도는 각 대학 홈페이지의 ‘학사’나 ‘학적’, ‘교육과정’ 등 카테고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연계전공·융합전공·자기설계전공 등 주목

    심화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자기설계전공 등은 최근 대학가에 급속히 확산하는 전공 제도다. 이 가운데 심화전공은 말 그대로 주전공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학교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전공과목을 정해진 최소 이수 학점보다 12~20학점가량 더 듣는 형태다.

    연계전공과 융합전공의 경우, 이름은 다르지만 대개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의 모집단위 학과는 아니지만, 2개 이상의 전공(학과) 또는 학부가 연계해 융합형 교과과정을 제공한다. 대부분 대학에서 단일전공으로는 이수할 수 없고, 복수전공이나 이중전공·다(중)전공, 부전공 등으로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려대, 건국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연세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많은 대학에서 개설하고 있다.

    연세대는 ▲한국 및 동아시아학(한국학) ▲한국 및 동아시아학 (중국학) ▲한국 및 동아시아학 (일본학) ▲유럽지역학 ▲미국학 ▲디지털예술학 ▲외교통상학 ▲인지과학▲벤처학 등의 연계전공을 운영하며, 한국외대는 ▲BRICs(브릭스) 융합전공 ▲EU(유럽연합) 융합전공 ▲동북아 융합전공 ▲문화콘텐츠학 융합전공 ▲국가리더 융합전공 ▲융복합소프트웨어 융합전공 ▲정보·기록학전공 ▲광역특화전공 ▲세계문화예술경영전공 ▲언어와공학전공 ▲디지털인문한국학전공 ▲지역경제개발협력전공 등 융합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여대 역시 ▲문예창작 ▲박물관학 ▲국제학 ▲청소년학 ▲응용미생물학 ▲패션디자인·비즈니스 ▲데이터과학 ▲휴먼서비스 ▲공공안전 ▲스마트헬스케어 ▲디지털융합경영 ▲도시환경예술디자인 ▲글로벌문화산업‧MICE전공 등 연계전공을 운영 중이다.

    다만 중앙대는 연계전공과 융합전공을 모두 개설했다. ▲금융공학 ▲문화콘텐츠 ▲창업학 ▲게임·인터렉티브 ▲소프트웨어(인문) ▲사이버보안 ▲테크놀러지아트의 7개 융합전공과 ▲외식산업경영 ▲유통관리 ▲공기업관리 ▲공공규범의 4개 연계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의 경우에는 ▲유럽문화학연계전공 ▲디스플레이공학연계전공 ▲휴먼ICT연계전공 ▲글로벌MICE연계전공 ▲인문상담치유연계전공의 5개 연계전공과 함께 2개 단과대학이 공동으로 개설한 연합전공 1개(국제비지니스학연합전공)를 운영 중이다.

    자기설계전공(또는 학생설계전공)을 운영하는 대학도 많다. 자기설계전공은 학생이 직접 2개 이상의 학과(학부) 교과목을 융합해 구성하는 전공이다. 전공 설계 후 책임지도교수·학교의 승인을 받아 이수한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연계·융합전공과 마찬가지로 단일전공으로는 이수할 수 없으며, 제2·제3의 전공으로만 이수가 가능하다. 고려대, 서강대, 성신여대, 숭실대, 중앙대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김규태 숭실대 교육혁신 및 융합교육팀 과장은 “최근 기존 전공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심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파고들어 공부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자기설계전공은 이러한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숭실대 물리학과 17학번 구찬모씨는 주전공인 물리학과와 의생명시스템학부·철학과·정보사회학과 강의를 결합해 ‘과학철학’이라는 자기설계융합전공을 구성했다. 구씨는 숭실대가 국내외 교류대학의 강의까지 포함해 전공을 설계할 수 있게 한 점을 활용, 중앙대 의생명시스템학부와 서강대 철학과 강의도 들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심화전공 등을 ‘필수’로 지정한 대학이 늘고 있다. 즉, 이를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고려대는 2004학년도 입학생부터 제2전공 이수를 의무화해 심화전공·이중전공·융합전공·학생설계전공 중 하나를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여대는 복수전공·심화전공 중 1개, 가천대는 제2전공·전공심화과정 중 1개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인하대 역시 심화전공 또는 다중전공(복수전공·부전공·연계전공)을 필수로 지정했다. 한국외대도 지난 2007학년도부터 이중전공·전공심화·부전공 등 이수를 의무화했다. 김경필 한국외대 학사종합지원센터 대리는 “학생에게 학습 기회와 전공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자 마련한 제도”라며 “올해 제도를 보완해 2018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이중전공’ ‘전공심화+부전공’ ‘단일전공+전공심화’ ‘부전공’ 가운데 하나를 이수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다만 연계전공이나 융합전공, 자기설계전공을 제2·제3의 전공으로 이수했을 때 졸업 시 학위 수여 방식은 대학에 따라 다르다. 주전공 학위와 함께 2~3개 학위를 수여하는 곳도 있고, 주전공 학위 1개에 연계·융합·자기설계전공 이수 여부를 표기해 주는 경우도 있다.

    우연철 평가팀장은 “전공 제도가 다양해지면서 학생들이 전공 실력을 더 정밀하게 다듬거나 융합형으로 폭넓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기계공학 전공 학생이 인공지능(AI) 분야에 관심 많다면 인지공학·제어계측 등을 들을 수 있는 연계전공을 하는 식이다. 수험생이라면 지원 대학이 어떤 전공 제도를 운영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활용해 자신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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