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결과 아닌 과정을 평가해야” 전문가 주장 나와
입력 2018.06.14 16:52
-14일, 국회의원회관서 ‘미래 사회를 위한 수학의 역할’ 수학교육혁신포럼 열려
  •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사회를 위한 수학의 역할' 포럼에서 이익권 인하대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최예지 기자
  •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에 대해 프랑스 국가교육조사관이 10년 전에는 모범사례로 검토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간 무엇을 잘못했던 걸까요.” (김강태 포스텍 교수)

    수학 전문가들이 수학교육에 대해 위기감 섞인 목소리를 냈다.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수학관련단체 총연합회와 박경미 등 국회의원 5인의 주최로 열린 ‘수학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수학교육혁신포럼에서다. 이날 열린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바람직한 수학교육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저마다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향숙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장은 개회사에서 “교육 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쉬운 수학’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것이 맞는 방향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시대적인 고찰과 함께 본질적인 수학교육의 목표와 철학을 담은 정책적 변환을 이뤄야 한다”며 포럼의 문을 열었다.

    ◇“수학교육, 시대적 흐름 고려해 이뤄져야”

    수학하면 어렵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학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강태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는 “수학교육과 수학 연구는 뗄 수 없는 존재”라 강조했다. 그는 “수학교육에 변화가 있으면, 그 시점부터 10~15년 정도면 그 효과가 수학 연구에 나타난다”며 수학 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의 어머니가 수학이다. 과학을 지탱하려면 수학 연구가 필요하다”며 수학에 문제가 있다는 걸 체감할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발제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일한 비수학자로 인공지능에 대해 발제한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남호성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수학은 필수”라며 “고등학교 때부터 인문계, 자연계를 나누는 건 말이 안 된다. 수학을 피해 나갈 수 있게 구멍을 만들었다는 것부터 제도적으로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향숙 회장도 “싱가포르, 미국, 영국, 일본 등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해온 나라들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수학 교과의 교육내용을 강화하고 있다”며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국경 없는 글로벌 세상에서 학생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수학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수학 되려면…과정중심평가 필요”

    조완영 대한수학교육학회장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좋은데 흥미도가 낮은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은 수학의 중요성을 인식해 어렵더라도 열심히 도전했다”는 사례를 전하며 “수학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성공의 경험이 가속 페달이 돼 수학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현재 이뤄지는 객관식 평가로는 학생들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서술형 평가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대한수학회 부회장)도 “수학은 답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답을 내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수학을 서술형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많은 참가자가 과정중심평가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수학교육에 대한 정책이 쉬운 방향으로 수립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김강태 교수는 “결국에는 정책 수립하는 사람들의 몫이 중요하지 않을까. 프랑스도 한때 수학을 배울 필요 없다는 논의가 일었었지만, 현재는 그것에 문제를 느낀 상황”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조완영 회장은 “교육부에서 수학교육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히고, 수학교육계 내부에서 정책을 교섭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에서 이익권 인하대 수학과 교수도 “수학 전문가의 의견이 저평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져야 할 것”이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 '미래사회를 위한 수학의 역할' 포럼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바른미래당 신용현, 오세정 의원 및 수학 전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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