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한 분야 ‘전문성’ 갖춘 학생 선발하는 경향 강해져
입력 2018.05.25 13:47
-美 대입 전문가 조엘 버터리 대표 인터뷰
  • 조엘 버터리 인지니어스 프렙 대표는 “최근 미국 명문대는 한 분야에 강한 흥미와 재능을 가진 학생을 원한다”며 “시험 점수를 올리기보다 자신의 취미나 흥미를 찾고 키우는 활동을 하는 게 입시에 더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장은주 객원기자
  • “미국 대학 입시에서 시험 성적 몇 점 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한국 학생들이 여전히 시험 점수 올리는 데만 급급해 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미국 대학 입시 전문가인 조엘 버터리(Joel Butterly·30) 인지니어스 프렙 대표는 여전히 성적 중심으로 입시를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가 설립한 인지니어스 프렙(Ingenius Prep)은 예일대가 있는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미국 대학 전문 입시컨설팅 회사다. 이곳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나 코치는 전원 하버드·예일·스탠퍼드·프린스턴·다트머스 등 미국 명문대 졸업생 또는 입학사정관 출신으로 구성됐다. 버터리 대표 역시 미국 다트머스대와 예일대 로스쿨 출신이다.

    그렇다면 요즘 미국 명문대에서는 어떤 학생을 원할까. 버터리 대표는 “한 분야에 강한 흥미와 재능을 가진 학생”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미국 명문대가 다방면에 뛰어나고 성적까지 좋은 학생을 선호한 게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한 분야의 전문가’를 뽑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그 학생이 해온 활동을 통해 입학사정관들이 흥미와 재능을 가늠합니다. 지원자가 굳이 에세이에 자신이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강조하지 않아도, 글쓰기에 관련된 활동을 한결같이 해왔다면 그 기록만 보고도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흥미와 재능을 인정한다는 얘깁니다.”

  • / 장은주 객원기자
  • 미국 대학의 선발 기준이 이렇게 바뀌는 상황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입시 준비 방식은 달라지지 않은 상태다. 버터리 대표는 “한국 학생 대부분이 지원서에 높은 시험 점수와 학교 성적만 강조할 뿐, 외부 활동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학이 보기에 SAT(1600 만점) 점수는 1540점이나 1580점이나 똑같습니다. 일례로 프린스턴대는 1550점만 넘으면 다 같은 성적으로 봐요. 그런데도 학생들은 충분한 성적을 받고도 점수를 더 올리려고 공부에만 매진하죠. 그 시간에 자신의 취미나 흥미를 찾고 키우는 활동을 하는 게 훨씬 도움됩니다.”

    버터리 대표는 입시 준비 과정에서 어학원 등 사교육 기관의 도움을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학생들의 지원서를 대필하거나 활동 이력 등을 과장해서 쓰게 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지원서를 대필하거나 과장한 경우는 입시에서 대부분 불합격합니다. 운 좋게 입학하더라도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요. 실제로 한 대학에서 어떤 학생이 글을 너무 못 쓰는 것을 보고 교수가 입학사정관에게 연락해 에세이와 지원서를 확인한 뒤 퇴학시킨 경우도 있었어요. 에세이와 지원서는 매우 뛰어났지만, 실제 학생 실력은 그에 못 미쳤기 때문이죠. 지원서를 쓸 때는 반드시 자기 손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해요. 또 미국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수업 등에서 글쓰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중·고교 때 글쓰기 실력을 잘 다져두는 게 좋습니다.”

    최근 사회 변화에 따라 유학을 생각하는 한국 이과 학생들은 75%가량이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 엔지니어링(engineering) 전공에 진학한다. 다만 한국 학생들이 대학의 이름값을 따지는 현상은 여전하다고 했다. 학생들이 ‘대학 이름’과 ‘전공’ 사이에서 고민할 때, 버터리 대표는 졸업 후 계획에 따라 선택하게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한다면 ‘대학’을, 현지에서 취업한다면 ‘전공’을 우선하는 식이다. “예컨대 UIUC(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엔지니어링 전공은 미국에서 예일대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예일대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점 등을 고려해 진학을 지도합니다. 현지 취업까지 목표로 한 학생이라면, UIUC를 비롯해 조지아텍, 미시간-앤하버, 버지니아대, 카네기멜론, 존스홉킨스 등 공학계열에서 유명한 대학에 지원하게 하죠.”

    경제적 부담 등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학이 감소하는 추세다. 높은 학비에 비해 취업 등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학 감소에 영향에 미쳤다. 버터리 대표는 “과거에는 유학을 다녀오기만 해도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도 “단 이러한 해외 지원자 수 감소는 수준이 낮은 대학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명문’으로 분류되는 학교들은 매년 지원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버터리 대표는 “미국 명문 대학들은 많은 자본을 토대로 교육 환경과 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에 그만큼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 미국 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명문대 진학을 원하는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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