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저작권법에 걸리나요?’ 묻는 청소년들…“교육 확대해야”
입력 2018.03.12 15:00
-저작권 체험교실 수강생, ‘학교 내 저작권 교육 필요’ 92%
-김기태 교수 “과목별로 한 단원씩 저작권과 연결지어 배워야”
  • 지난해 9월 경기 양평 청운중학교 저작권 체험교실에서 1학년 학생들이 저작권 관련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 김주영 청운중 교사 제공
  • “인터넷에 올린 제 그림을 어떤 학교 남학생이 캡처해서 저장했습니다. 제 허락을 받지 않았는데,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나요?”

    “제가 좋아하는 웹툰 그림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싶은데, 출처를 밝혀도 저작권법에 걸리나요? 너무 궁금해요”

    스마트폰 등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접하는 일이 일상화하면서 청소년들이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SNS에 공유한 사진이나 글 등이 저작권법에 위반되는지를 묻는 게시물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자주 올라온다. 이에 청소년이 위법인지도 모른 채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저작권 체험교실 등 관련 교육 증가세… “예산 한계로 확대 어려워”

    현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저작권 교육은 정규 교육과정과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프로그램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의 경우, 기술·가정과 정보 교과서에 저작권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일부 학교를 선정해 ‘저작권 체험교실’,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 체험교실은 학교 교사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창의체험 활동 중심의 저작권 교육을 6시간 이상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며,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은 전문 강사가 청소년·교직원·학부모를 대상으로 2시간가량 진행하는 특강 프로그램이다. 2009년 시작된 저작권 체험교실과 2006년 시작된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은 매년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운영팀에 따르면 저작권 체험교실은 운영 학교 수를 기준으로 2009년 117건에서 2017년 29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 횟수 역시 2009년에는 130건에 불과했지만 2017년 1만 636건에 이르는 등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한국저작권위원회는 300개 교실의 저작권 체험교실 운영을 지원하고, 1만 1000회 이상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저작권 체험교실을 운영한 김주영 청운중(경기 양평) 교사는 “저작권 개념과 범위, 저작권 보호의 기준을 구별하는 등 구체화에 힘썼다”며 “유튜브를 통해 불법으로 음악·영상을 내려받거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라온 친구 사진을 캡처해 주고받는 일 등 아이들이 실제로 경험할 만한 사례를 바탕으로 저작권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또 “스마트패드를 활용해 저작물 이용 방법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끔 했다”며 “학생들이 직접 학교 로고를 제작하는 등 자신만의 저작물을 만들며 흥미로워했다”고 덧붙였다.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해 저작권 체험교실을 경험한 전체 학생 1만 89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학교에서 저작권 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2%로 나타났으며 ‘저작권 이해에 도움이 됐다(매우 도움됨·도움됨)’는 답변은 86%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들어온 교육 요청은 이보다 더 많았다. 지난해 저작권 체험교실을 신청한 학교는 500곳이었지만, 최종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된 곳은 290곳에 그쳤다.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 역시 신청 건수는 1만1002건이었지만, 이 중 1만 636건만 교육이 진행됐다. 김정묵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운영팀장은 “지난해 체험교실 예산은 4억2000만원, 찾아가는 교육 예산은 14억9000만원으로 책정돼 예산 한계로 더 많은 교육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올해 체험교실 예산은 작년과 동일하며 찾아가는 교육예산은 16억 600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저작권 침해 인지 못했어도 민사소송 피할 수 없어

    청소년들이 저작권법 위반으로 법적 소송에 노출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작권 교육을 하는 강사 한광수씨는 “2시간 남짓한 강의 시간은 학생들에게 저작권법 위반 사례 같은 기본적 내용만 가르치기에도 부족하다”며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거나 ‘저작권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언제 또 오는지 궁금하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저작권 교육이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소논문이나 자기소개서 표절 등은 대학 입학 취소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법적 소송으로도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청소년들이 꼭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2009년부터 청소년이 우발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1회에 한해 조사 없이 각하 처분을 하는 ‘청소년 저작권침해 고소사건 각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의 경우 청소년을 위한 보호장치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앞서 2007년에는 전남 담양의 한 고교생이 저작권 침해로 형사 고소를 당하고 저작권자로부터 합의금을 요구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그동안 청소년을 대상으로 저작권 관련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고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원 등에서 저작권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학교에서 저작권을 가르칠 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는 가정통신문에 ‘과제를 수행하거나 학습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베껴선 안 된다’는 표현이 항상 들어가 있을 정도로 학교 차원에서 철저하게 표절 등을 가려내고 교육한다. 김 교수는 “앞으로 디지털콘텐츠 활용이 활성화하면서 저작권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청소년 대상으로 일찍부터 관련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과목별로 교과서의 한 단원 정도를 저작권과 연결지어 가르치면 모든 학생이 저작권에 관한 내용을 보다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학생 대상 저작권 교육용 PPT 캡처 /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