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매체' 교과 뭐기에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국어 수업에서 다뤄진다?
입력 2018.03.09 15:30
- 2015 개정교육과정 신설 교과 '매체' 살펴보니…
  • “자신이 하루 동안 페이스북(Facebo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등 SNS(소셜미디어)를 ▲접속한 횟수 ▲한번 접속시 사용 시간 ▲올린 게시물 수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사용하는 목적과 SNS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토론해봅시다.”

    올해 고교 1학년생이 앞으로 국어과 심화과목으로 배우게 될 ‘언어와 매체’ 중 ‘매체(媒體)’ 교과 내용의 일부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선 기존의 ‘독서와 문법’ 과목이 ‘독서’와 ‘언어와 매체’로 분리됐다. ‘언어와 매체’는 기존에 배우던 문법에 ‘매체(신문·방송·소셜미디어 등 매체별 소통 방식을 다루는 과목)’라는 새로운 내용이 합쳐졌다.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중 ‘매체’ 교과연구과정에 참여했던 장은주 마곡중 국어교사는 “‘매체’ 교과 내용은 신문, 방송 등 올드미디어(Old media)뿐만 아니라 ▲SNS ▲웹툰 ▲UCC ▲유튜브 등 뉴미디어(New media) 까지 모든 매체가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림 :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별책본.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교육부 제공 ㆍ 손현경 기자>
  • 교육부는 최근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 범위 중 ‘언어와 매체’ 과목에서 ‘매체’를 뺐다. “매체가 새로운 내용이라 학습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에서다. 수능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올해 고1이 고2 또는 고3으로 진학하면 일반선택과목에 해당하는 ‘매체’ 교과를 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설과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수능에선 ‘매체’가 빠졌지만 학생부(내신)에는 반영되기 때문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내신은 무시할 수 없는 대입요소”라면서도 “‘매체’ 특성상 학생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신설된 과목이라 해서 학업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1인 인터넷 방송’이 수행평가로?…매체 활용한 지필 평가도 가능

    ‘매체’ 교과에서는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매체 자료들이 소재나 수업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일례로 해당 매체의 언어적 특성과 의미 생산 및 전달 방식 등 특성을 탐구하는 식이다. 장 교사는 “평가 방법 역시 지필보다는 면담이나 관찰, 매체 활용 수행평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최근들어 인기가 높아진 1인 인터넷 방송(1인 미디어)도 ‘매체’ 교과에서는 토론 형식이나 수행평가로 재구성될 수 있다. “요즘 1인 인터넷 방송에 대해 상업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어요. 이를 ‘매체’ 과목에서는 1인 미디어의 장점인 창의성과 자율성을 살리면서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수업에서 다룰 수 있습니다.”

    물론 지필 평가도 가능하다. 그림이나 도표, 사진, 도식 등과 비문학 지문을 연결한 문제 등으로 출제할 수 있다. 실제로 2007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 2010학년도(2009년) 수능 언어 영역에서 ‘매체 통합형 문항’이 간간이 보였다. 장 교사는 “<그림1(매체)>에 근거할 때, <그림2(매체)>의 배수펌프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물리적인 구조를 묻는 지문이 그해 수능 언어 영역 46~49번 문항에 나온 바 있다”고 밝혔다. <그림 : 2010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46~49번 문항 재구성 참고> 장 교사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성향과 수업 분위기에 따라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비율을 교사 재량에 맞게 적절히 설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그림 : 2010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46~49번 문항 재구성>
  • ◇ ‘매체 언어의 탐구와 활용’… ‘매체’ 교과 핵심 영역

    ‘언어와 매체’ 교과서의 내용 체계는 크게 4개 영역으로 나뉜다. 순서와 상관없이 ▲언어와 매체의 본질 ▲국어의 탐구와 활용 ▲매체 언어의 탐구와 활용 ▲언어와 매체에 관한 태도 등이다. 여기서 ‘매체’ 과목 특성에 대해 가장 많이 다루는 영역은 ‘매체 언어의 탐구와 활용’이다. 해당 영역에서는 매체의 소통방식부터 ▲매체 자료의 수용, 매체 자료의 생산 ▲ 매체 언어의 표현 방법 ▲매체의 영향력과 가치 ▲매체 문화의 향유 등을 배운다. <표 : ‘언어와 매체’ 내용 체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재무상담 팟캐스트인 ‘김생민의 영수증’를 예를 들어볼까요. 패널들이 시청자가 소비한 물품 내역을 가지고 재치있는 독설을 곁들여 일대일로 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죠. 이 프로그램을 경제수업에서 활용한다면 ‘김생민의 영수증을 보고 자신의 소비 습관은 어떤지 분석해 보시오’라는 수행평가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 과목에서는, 매체 수용자와 매체 특성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생민의 영수증’을 듣는 시청자가 어떤 계층인지 ▲PD와 제작진은 어떤 시청자를 겨냥하고 있는지 ▲ 팟캐스트의 콘셉트(concept)는 무엇인지 등을 고민한다는 얘기다. 장 교사는 “이는 곧 ‘매체 언어의 탐구와 활용 영역’에서 ‘매체 자료의 수용’ 부분을 학생들이 배우고 토론하는 셈”이라며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하나의 콘텐츠가 경제과목과 매체과목에서 동시에 수업자료로 쓰이더라도 서로 다른 분석이 나올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 <표 : ‘언어와 매체’ 내용 체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 ◇ “디지털 매체 쏟아지는 현실 반영… 이해하는 방향으로 국어교육 이뤄져야”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바탕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생산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강화하고자 했다.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중 ‘매체’ 교과연구과정에 참여했던 박기범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매체들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 변화 속에서 복합 문식성(文識性, literacy) 함양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텍스트에 대한 문식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어교육의 방향도 ‘매체’ 교과 신설과 맞물려 재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교수가 2016년 11월 발표한 ‘매체 언어 교육의 현황과 과제’ 논문에 따르면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ㆍ PISA)의 디지털 읽기 능력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들의 대다수는 일찍부터 미디어(매체) 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디지털 읽기 능력 부문에서 최상위권이긴 하지만, 이번 ‘매체’ 교과 교육의 신설로 인해 더욱더 입지를 견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도 매체 언어교육의 강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매체 문식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교육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언어와 매체’가 포함된 ‘2018년도 교과용 도서 검정 일정(안)’은 오는 4월 1차 본심사 결과 발표 이후 2차 본심사 결과를 거쳐 최종적으로 9월 합격 결정 및 공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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