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블록체인은 제 2의 인터넷이다
입력 2018.01.17 09:35
  •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이 아니다. 가상화폐도 아니다. 비트코인은 수많은 가상화폐 중 하나이고,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만든 성공적인 앱 중 하나에 불과하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블록체인을 ‘제 2의 인터넷’ 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블록체인은 다양한 산업에서 맞춤형 방식으로 적용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것이다. 인터넷 검색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해당 시장은 구글, 네이버 등 특정 플랫폼 업체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이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 정보를 다수의 대중(public)에게 분산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구글, 네이버, 아마존의 서버가 아닌 세계 각 가정의 컴퓨터에 비어 있는 저장공간을 데이터 스토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상화폐를 통해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탈중개성(de-centralization)의 가능성을 이미 목격했다. 검색 시장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번에는 정부 정책인 ‘청년수당’을 예로 들어보자. 서울시의 청년수당 프로젝트는 서울에 사는 미취업 청년 5000명을 뽑아 매달 50만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 됐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일부 수혜자들이 시에서 돈을 받아 부산 해운대에 있는 음식점에서 소주를 마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코인을 개발한다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서울시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해 수혜자들이 관할구역 안에 있는 사회적 기업에서만 돈을 소비하게 만들 수 있다. 사용처도 보다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줄이고 공동체만의 화폐를 통해 지역 경제까지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세계 각국의 기업과 정부 기관들은 관련 사업을 위한 경쟁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작년 12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보안 연구에 7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일본의 도요타는 MIT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자동차 운행 데이터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중국조차 식품 유통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식품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얼마 전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으로 진대제 전 장관이 내정되기는 했지만, 국내외 관계자들의 걱정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블록체인 산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과거 한국정부가 주요 포털들의 이메일 보급을 규제하려던 움직임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필자 역시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관련 시장의 적절한 제도화에 대한 정부의 ‘고민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예산을 편성하라는 말이 아니다. 먼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개발 기업들의 창업비용을 낮춰주고, 글로벌 시각에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상화폐 열풍은 한국이 세계 블록체인 업계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하다. 폐쇄적인 정책이 지속되면 자본과 인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어 버린다. 국부창출을 위한 둘도 없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록체인은 제 2의 인터넷이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먼저’ 고쳐 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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