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세월동안 학교 역사 담을 수 있어 뿌듯해요”
입력 2016.12.29 17:54
[찾아라! 고교 명문 동아리] ⑧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숙란(淑蘭)’
  •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신문반, '숙란'
  • 우리나라 최초 여류 장편 소설가, 박화성·여류문단의 거목, 한말숙·한국 여성문학의 대표적 작가, 박완서… 이들은 모두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 신문반, ‘숙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쟁쟁한 문인들을 선배로 두는 숙란은 1956년 12월 12일에 만들어져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한재원(1학년)양은 “지난달엔 ‘숙란 60주년 특집호’에 실릴 18기 선배의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다”며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선배의 이야기를 통해 후배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했다.

    숙란 기자들은 교내신문 제작을 전담하는 만큼 늘 바삐 움직인다. 숙란은 동아리명이자, 동아리원들이 5월·9월·11월·2월에 각각 한 부씩 연간 총 4회 발행하는 계간지다. 기사 주제 선정부터 취재, 사진촬영, 편집까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또 제작된 신문은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과 퇴직한 교사 등에게도 전달된다. 윤정한(40) 지도교사는 “타학교에 비해 신문 발간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시험기간을 제외하곤 매 점심시간 마다 만나 회의를 진행한다”며 “아울러 단순히 학교 관련 기사뿐 아니라 각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숙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숙란의 기사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먼저, 교내 행사와 소식을 알려주는 ‘학교 관련 기사’다. 이 기사에는 대내외 수상 실적이나 동정, 학교 시설, 체육대회, 축제, 수학여행, 교사·학생 인터뷰 등 각종 학교 관련 소식을 다룬다. 한 양은 “지난호엔 ‘생물실 보물찾기’라는 주제로, 교내 과학동을 소개하는 기사를 작성했다”며 “대부분의 친구들이 생소해 하는 과학 실험 도구와 기계 사용법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과학 선생님의 멘트도 넣어 신뢰성을 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기자의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기획 기사’다. 이현서(1학년)양의 경우 지난 9월호에서 ‘포퓰리즘’을 주제로 기사를 썼다.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와 관련된 뉴스를 보며 ‘포퓰리즘(Populism)’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어요. 친구들에게도 이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참고문헌을 찾아 읽기 시작했죠. 총 4~5권의 관련 서적과 TV영상, 수백건의 기사 등을 찾아봤어요.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글을 요약하는 능력을 기르고 시사 상식도 쌓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어요.”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꼬집는 한 줄 기사 ‘영란 표정’이 있다. 교화인 ‘영란화’에서 이름을 따온 영란 표정은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점을 인상적인 비유로 풍자해 표현한다. 예컨대, 지난 9월호 영란 표정에서는 지나친 유아 조기교육 열풍을 주제로 ‘병아리에게 알 품는 법부터 알려주는 어미 닭’이란 기사를 실었다. 양승주(1학년)양은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와 신문 등을 꾸준히 찾아봤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표현하는 훈련은 물론, 입시 논술·면접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숙란의 동아리방엔 ‘깨어서 뛰자’라는 반훈(班訓)이 걸려 있다. 오랜 세월 숙란의 정신으로 이어온 반훈은 ‘기사를 쓰는 기자는 모든 일에 열린 마음을 가지며, 언제 어디든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양은 반훈을 보며 학교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숙란(淑蘭)은 숙명여고의 ‘숙(淑)’과 교화인 영란화의 ‘란(蘭)’울 합쳐 지은 이름이에요. 전 숙란을 ‘숙명을 대표하는 꽃’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긴 세월동안 숙명의 역사를 써 내려간 숙란은 학교에 없어선 안 될 상징적인 존재에요. 내년에도 선후배와의 돈독한 정을 쌓고 숙명의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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