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원목 가구’ 만들어요”
입력 2016.12.22 11:15
[사업·육아 동시에 잡은 ‘원더우맘’] ⑤ 김윤희 우드플레잉 대표
  • 김윤희 우드플레잉 대표
  • “유아용 가구를 넘어 아이를 키우는 집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고 있어요.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원목으로 가족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제작하게 됐죠.”

    김윤희(43) 우드플레잉 대표는 단순히 아이만을 위한 유아용 가구가 아닌, 자녀를 키우는 집에 맞는 실용적인 가구를 만드는 것을 모토로 한다. 예컨대, 좌탁의 경우 어른 크기에 맞춰 제작하되 아이를 위한 작은 의자를 하나 더 만들어 주는 식이다. 그는 “아이에게 편리한 가구도 중요하지만, 부모도 함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며 “어른용 일반 좌탁에 아이를 위한 의자 하나를 더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부모 입장에선 실용적인 가구가 된다”고 했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가구를 제작해온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김 대표는 결혼 전 미술잡지, 건축잡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해오다 큰아이를 임신하며 남편이 있는 대구로 내려가 전업주부가 됐다.

    “아이를 낳고 보니 우리 주변에 각종 유해물질이 함유된 가구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취미로 내 아이에게 줄 원목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죠. 이후 점차 실력이 늘면서 블로그에도 올리게 됐는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웠어요. 당시만 해도 다양한 디자인에 아이를 위한 원목가구가 드물었기 때문에 문득 사업으로 연결해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것이 우드플레잉의 첫 출발이었어요.”

    이후 김 대표는 2010년 본격적으로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디자인 구상부터 가구제작, 사진촬영, 쇼핑몰 관리, 가구 배달까지 모두 김 대표의 손을 거쳐 이뤄진다. 김 대표는 “일반 회사를 관둘 때와는 달리, 사업은 대표가 일을 놔버리면 브랜드 자체가 없어진다”며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사업을 이끌어갔다”고 했다.

  • 배윤군과 배윤서양(왼쪽부터)
  •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사업을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었다. 결혼 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일과는 차원이 달랐다. 목재를 다듬고 제품을 만들다 재단 톱에 손가락이 베여 수술 후 두 달간 붕대를 감고 다니기도 했다. 또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배윤서(9)양과 배윤(3)군, 두 어린 남매를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죄책감도 시달렸다.

    “전 일을 하면서 조부모 등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제가 직접 육아하는 일명 ‘육아독립군’이에요. 아이들은 20개월도 되기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녔어요. 아이들 등하원 시간에 맞춰 일하고, 부족한 일은 대부분 아이를 재워놓은 새벽에 많이 해왔죠. 때로는 공방으로 데려와 아이를 옆에 두고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바쁜 엄마라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아이들에게 자주 이런 말을 해요. 네 인생이 소중한 것처럼 엄마의 인생도 소중하게 봐달라고요. 요즘엔 아이들도 ‘엄마는 일할 때 행복한 사람’이란 걸 인지한 것 같아요. 스스로 ‘엄마가 일하는 시간엔 조용히 놀자’고 말하는 등 배려해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김 대표는 늘 내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가구를 제작한다. 그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위험하거나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신경 써 작업한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픈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은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아토피가 심한 자녀를 둔 고객이 기억에 남아요. 빠듯한 살림에도 아이를 위해 선뜻 원목 서랍장을 구입하신 엄마 고객이셨어요. 사연을 들어보니 어느날 아이 옷을 넣는 서랍장에서 벌레가 나오는 걸 보고 ‘아이의 옷장만큼은 원목 가구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러던 중 블로그를 통해 저희 가구를 보시곤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며 주문을 넣어주셨어요. 같은 부모로서 정말 공감이 가고, 앞으로도 내 아이를 위한 부모의 마음으로 열심히 가구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죠.”

    김 대표는 현재 원목가구를 넘어 디자인 소품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디자인 소품 브랜드 ‘빠니에드뽕뽕’을 론칭하고 원목뿐 아니라 종이나 패브릭 등을 이용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는 주부들에게 ‘시장조사 단계부터 철저히 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내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라며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중 남들과 다른 특화된 부분을 파고들어라”고 전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금방 포기하는 주부들을 많이 봤어요. 대부분 출산문제, 육아문제가 주된 이유였죠. 처음부터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나만의 특화된 아이디어로 일을 시작하셨으면 해요. 저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유아용 가구 사업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로 전환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 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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