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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전 시간도 알차게 활용, 역사 공부에 올인했죠”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입력 : 2016/12/21 11:44

[찾아라! 고교 명문 동아리] ⑦ 서울 명지고등학교 '세계사 역사토론반'

대입(大入) 학생부 종합전형의 확대로 고교 동아리에 가입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실습 중심 체험학습이 학교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고, 대입에선 '전공적합도'를 보여주는 스펙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조선에듀는 재미·스펙·경험 3박자를 고루 갖춘 각 학교의 '명문 동아리'를 만나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일곱 번째 주인공은 서울 명지고등학교 '세계사 역사토론반'이다.

서울 명지고등학교 '세계사 역사토론반' 학생들이 각자 발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 버리는 시간 쪼개 알차게 활용
지난달 수능을 치룬 정혜선(3학년)양은 올 한해를 돌이켜 보면 토요일 오전 시간을 가장 알차게 보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바로 ‘동아리 활동’. 정 양은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학교로 등교해 ‘세계사 역사토론반’에 참여했다. 주요 교과목 공부와 입시 준비에도 바쁜 고3이지만,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친구들과 서양사·동아시아사 관련 사료나 서적을 읽고 함께 의견을 나눈 것이 수험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정 양은 “친구들과 함께 주말 오전에 모여 공부하며 서로 에너지도 얻고 시간을 따로 내 공부하기 힘든 사회탐구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고 3 학생 12명으로 구성된 세계사 역사토론반은 주말 오전 시간에 학교로 나와 자유롭게 그날그날 던져진 역사 주제에 대해 서로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박재원(27) 지도교사는 “역사에 대한 흥미와 동아리 활동의 참여 의지가 있는 친구들이 모인 자율 동아리”라며 “학교 수업이나 교과서에선 보기 어려운 다양한 사료와 지도, 그림 등을 보고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역사와 관련된 외부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난 10월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동아시아 3국의 도시를 주제로 열린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특별전을 찾았다. 학생들은 조선 후기(18세기)부터 1930년대까지 도시 문화의 맥락을 미술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장민지(3학년) 양은 “다양한 작품 가운데서도 동아리 활동 시간에 배운 ‘청명상하도’를 실제로 본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중국 10대 명화 중 하나인 청명상하도는 중국 송나라 시대를 주제로 토론할 때 나온 작품이에요. 이 그림을 통해 당대 도시 번화가의 생활상과 건축양식 등을 엿볼 수 있었어요. 유명세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그림이기도 해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떤 부분을 유심히 봐야 하는지’, ‘왜 이렇게 그렸는지’ 등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비인기 과목인 세계사, 선생님 덕분에 흥미 생겨
수능에서 세계사는  비인기 과목 중 하나로 꼽힌다. 방대한 분량으로 외울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게 주된 이유다. 장현수(3학년)군은 “세계사가 많은 내용을 담은 과목인건 분명하지만, 노력과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 그만큼 성적이 나오는 정직한 과목이기도 하다”며 “동아시아사와 한국사까지도 연결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지도교사 덕분에 세계사에 흥미를 가진 사례도 있다. 미술대학 진학을 꿈꾸는 강석진(3학년)군은 1학년 때 역사 과목 내신 7등급을 맞았다. 이후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예체능 계열 학생 가운데 1등(3학년 1·2학기)을 차지했다. 강 군은 “고 1때까지만 해도 지루하고 따분했던 역사 수업이 선생님의 쉽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탈바꿈했다”며 “무엇보다도 매주 동아리 활동 때마다 선생님께서 직접 빵과 우유 등 간식을 준비해 주시고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 모습에서 더욱 열심히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한, 강 군은 동아리 활동으로 성적 향상은 물론 미술 관련 지식도 쌓았다. “세계사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 전공하고픈 미술과 관련된 역사도 자연스레 배우게 됐어요. 예컨대, ‘17세기 바로크 양식이 생겨나던 시대에 이런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구나’ 등을 말이죠. 세계사와 미술사와 연결해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장 양 역시 박 교사 덕에 진로의 방향을 올바르게 다잡은 사례다. 장 양은 올해 명지대학교 사학과에 합격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사학과 진학을 꿈꿔온 장 양은 동아리 시작 전까지만 해도 ‘사학과에 가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사학과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는 “선생님께서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나면 진로에 대해서도 상세히 상담해 주셨다”며 “단순 사제지간을 넘어 인생의 선배로서 진로에 대해 조언해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막연했던 진로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역사 공부 통해 세상을 보는 눈 달라져
‘아는 만큼 보인다.’ 정혜선(3학년)양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어가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스치듯 봤던 관광지도, 관심 없던 서양 중세시대 영화도 모두 새롭게 보인다고 했다. “입시과목 공부를 떠나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다채로워졌어요. 어디 여행을 가더라도 그 지역의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를 알면 더욱 솔깃하고 풍부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죠. 세계사 역사토론반은 저에게 더 넓고 다양한 시각을 가져다준 ‘망원경’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