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성인

“한국 교육 목표, 여전히 입시… 창의력 교육으로 뒤집어야”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입력 : 2016/12/15 19:48

[한국 교육의 미래를 말하다] 이광형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좌교수

이광형 교수가 왼손 세 손가락을 펴고 질문을 습관화하는 창의력 키우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엄지는 ‘분야’, 검지는 ‘공간’, 중지는 ‘시간’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질문할 때 습관처럼 이 세 손가락을 펴보면 새로운 생각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저절로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경민 기자

일부러 TV를 거꾸로 매달아 시청하는 괴짜 교수가 한국 교육에 대해 짧고 굵게 말했다. “이제 뒤집어야죠.” 엉뚱한 석학(碩學)은 이광형(62)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석좌교수(미래전략대학원장). 이 교수는 “4차산업 혁명이 시작된 지금, ‘정답 맞히기 교육’의 수명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결국, 미래는 창의력 교육에 달렸어요.”

◇미래, 창의력 교육에 달렸다?

이 교수는 뇌공학자 겸 미래학자다. 사람의 머릿속을 연구하고, 국가의 미래 전략을 궁리한다. 그는 뇌와 교육과 미래의 상관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인간의 뇌는 지식을 쌓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기관인데, 지식만 채우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건 교육의 문제예요. 이미 쌓은 지식을 검증하는 정답 맞히기 교육, 입시 위주 교육 때문이죠. 창의력도 키우는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뇌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한다면, 미래도 곧 바뀔 겁니다.”

사실 창의력 키우기는 ‘난제(難題)’다. 중요한 건 알겠는데, 맘먹고 해보려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왜 그럴까. 이유는 뻔하다. “어렵게 생각하니까 그렇죠.”

창의력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능력’. 정의를 보면 해법은 아주 단순하다. 새로운 생각을 자주 하면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선 어떤 ‘작업’이 가장 먼저 필요할까. 이 교수는 “질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뇌는 질문을 받으면 자극된다. 그리고 그 질문이 가리키는 곳으로 생각을 이동시킨다. 질문 덕분에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특히 어떤 주제나 개념에 대해 물을 때, 시간·공간·분야를 달리해 스스로 질문해보는 게 중요하다.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면 좀 더 참신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창의력 키우려면, 시간·공간·분야를 옮겨라

/이경민 기자

이 교수가 제안하는 첫째 창의력 개발법은 ‘시간 이동’이다. 그는 “‘지금’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눈앞에 일회용 컵이 하나 있다.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앞으로 20년 뒤 어떤 일회용 컵을 쓸까?’. 답은 무궁무진하다. 놔두면 분해돼 저절로 소멸하는 컵, 접어서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컵, 음료를 다 마신 후 먹어서 없앨 수 있는 컵…. 이 교수는 “우리는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시간을 옮길 수 있다”며 “특정 주제나 사물을 두고 시간을 마음껏 이동하다 보면 생각이 저절로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둘째 비법은 ‘공간 이동’이다. 주어진 문제를 지역·문화·환경·위치에 상관없이 옮겨 질문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발 딛고 선 지역이 아닌 다른 곳의 환경이나 문화를 떠올려보면, 우리는 새로운 발상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비법은 경계를 허무는 것. 머릿속에서 분야를 넘나들고 이것저것 조합하다 보면 ‘새것’이 탄생한다. 스마트폰, 디지털복합기 등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 교수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며 “단지 새로운 조합만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방법은 익혔다. 다음 과정은 반복과 생산이다. 이 교수는 “반복을 해야 생각의 근육이 길러진다”며 “힘이 생기면 새로운 생각을 좀 더 가뿐히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4차산업 혁명 시대… 미존 찾아라

이 교수는 현재 학교에서 이 세 가지 비법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을 열어놨다. 강의명은 ‘미존(未存)’. 이 교수와 학생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논하는 수업이다. 이 교수는 “이 수업은 진정한 창의력 교육의 현장”이라고 했다.

그가 미존을 주제로 강의를 마련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4차산업 혁명 시대가 개막하면서,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점령하는 시대가 됐어요. 이러한 현실에 놓인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계가 할 수 없는 것, 바꿔 말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해요. 수많은 미존을 찾아내 사람의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는 얘기예요. 미존을 지속적으로 발견한다는 건 끊임없이 창의력 훈련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거, 아주 중요한 교육입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꾸준히 미존을 찾으면서 ‘창의 근육’을 키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