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가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
입력 2016.12.02 19:41
  • 한석수 KERIS 원장/염동우 기자
  • [한국 교육의 미래를 말하다] 한석수 KERIS 원장

    “표준화·획일화·주입식….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들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는 거죠.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교육이기도 하고요. 교육 패러다임을 바꿀 트리거(trigger·촉매제)가 필요합니다. 전 그게 ‘에듀테크(Edtech)’라고 봐요.”

    한석수(57)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이 우리나라 교육을 제대로 작동시킬 ‘방아쇠’를 주저 없이 꼽았다. 바로 요즘 소위 ‘뜬다’는 에듀테크.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 원장은 “지능정보기술이 접목된 교육이 학교 현장과 학생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KERIS는 교육 정보화를 전담 추진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기술과 교육의 융합에 대해 연구를 하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 적용한다. 수장(首長)인 한 원장은 “한국 교육의 미래를 바꿀 에듀테크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했다.

    한 원장이 한국 교육의 미래를 바꿀 키워드로 지목한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영어단어 합성어로, ‘기술을 활용한 교육’을 뜻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산업으로도 꼽힌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선 ‘올해를 이끌 미래 기술 12가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영국에선 정부 차원에서 핀테크(Fintech)와 함께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0년까지 에듀테크 시장 규모를 300억파운드(약 44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에듀테크의 핵심은 ‘개인 맞춤형 학습 서비스’와 ‘학습 큐레이션 서비스’다. 한 원장은 “에듀테크는 학습 수준과 속도를 개인에 맞춰 이른바 ‘완전 학습’을 가능케 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지능화된 정보기술로 면밀히 분석해 제안하는 게 아주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한 원장에 따르면, 에듀테크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그는 “그동안 교육 현장에선 교육자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됐기 때문에 주입식 수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획일적인 교육만 이뤄지는 환경이 돼 버린 것이다. 하지만 에듀테크는 학습자 중심 교육을 추구한다. 학습 주도권을 원래 주인인 학생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계에선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 강조했지만, 정작 자기주도학습이 뿌리내릴 환경도 마련해주지 않았다. 학습자 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춘 에듀테크는 이를 진정으로 실현할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에듀테크를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 도구로도 지목했다. 한 원장은 “교육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 역할을 하는 에듀테크는 지식 위주의 수렴적 사고보다는 창의성 위주의 발산적 사고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했다.

  • 한석수 KERIS 원장/염동우 기자
  • 한 원장은 에듀테크발(發) 교육 혁신이 개인의 학습 역량 강화뿐 아니라 새로운 학교 모델의 출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미 미네르바스쿨, 알트스쿨, 칸랩스쿨 등은 에듀테크를 토대로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가 고려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에듀테크가 학교의 역할과 기능을 재고하는 계기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 현장의 구체적인 에듀테크 적용 방법론도 제시했다. 한 원장은 “‘칸아카데미’와 같은 무료 온라인 강의 사이트를 통해 미리 지식을 쌓고 교실에선 이를 토대로 토론하고 체험하는 ‘플립드 러닝’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KERIS는 초·중등 교육 정보 서비스인 ‘에듀넷’을 ‘한국형 칸아카데미’로 발전시키기 위해 개편을 진행 중이며, 한 단계 더 나아가 에듀테크가 접목된 다양한 서비스를 한 데 모은 원스톱 교육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학교 현장의 에듀테크 기반 교육 확산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원장은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각종 포럼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합리적인 의견과 방향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 가능한 방안으로 다듬고 국가 정책에도 제안하는 구심체, 즉 조직이나 위원회도 필요하다.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혁신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고 했다.

    “교육 당국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컴퓨터를 잘 쓰는 나라를 만들자’는 기치를 내걸고 ‘교단 선진화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어요. 이는 우리나라를 지금의 ICT 강국으로 이끈 토대가 됐죠. 3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제2의 교단 선진화 사업’이 필요한 때입니다.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나라로 만들자’를 목표로 에듀테크를 접목한 학교 현장의 혁신을 추진한다면,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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