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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일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도 행복함을 느껴요”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입력 : 2016/11/24 11:57

[사업·육아 동시에 잡은 ‘원더우맘’] ① 김태은 맘스라디오 대표

김태은(39) 맘스라디오 대표(사진 왼쪽에서 첫번째)

최근 창업 시장 내 엄마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과거 주방에만 머물던 주부들이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들며 성공 사례들을 쏟아내고 있다. 결혼과 출산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키워가는 엄마CEO들은 어떻게 자녀를 키우고 있을까. 조선에듀는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원더우맘(Wonder WoMom·원더우먼+엄마)의 자녀교육법을 듣고자 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엄마를 위한 라디오방송을 운영 중인 김태은(39) 맘스라디오 대표다.

오전 6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둑어둑한 새벽부터 김 대표의 하루는 시작된다. 기상과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지난밤 도착한 메일과 오늘 해야 할 일정 등을 꼼꼼히 살핀다. 오전 8시가 되면 남편의 출근을 챙긴 후 서둘러 세 살배기 딸의 아침상을 차린다. 이른 시간에도 책을 읽어달라 조르는 딸을 잘 다독여 밥을 먹이고, 오전 9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김 대표에겐 본격적인 업무 시간이다. 예정된 미팅과 업무들을 처리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덧 오후 5시. 퇴근길에 아이를 데려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집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근처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아준다. 이어 남편이 퇴근하면 아이를 잠시 맡기고 밀린 집안일을 처리한다. 오후 9시,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 다시 오늘 업무를 되짚어보며 부족한 일들을 마무리 짓는다.       

김 대표는 지난 2년간 사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맘스라디오’는 엄마들을 위한, 엄마들이 만드는, 엄마들만의 인터넷 및 모바일 라디오방송이다. 현재 임신, 출산, 육아, 요리, 음악, 살림, 청소년 상담 등 오직 엄마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방송하며 엄마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출산 후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김 대표는 문득 ‘왜 엄마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주는 라디오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다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결혼 전 방송작가이자 팟캐스트 DJ로 활동해오다 출산을 하면서 육아에 전념하게 됐어요. 그러던 중 ‘엄마를 위한 라디오방송이 있다면 좋을텐데' ‘독박육아, 군대육아를 하는 엄마들이야말로 공감해줄 수 있는 라디오가 필요하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맘스라디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사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들기도 하지만 엄마로서 더 당당해지고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친정어머니가 잠깐 아이를 봐주신 적이 있는데, 그때 어머니가 ‘너희 엄마는 도대체 언제 오니’라며 전화하려 하자, 3살짜리 어린 딸이 ‘엄마 일하니까 전화하지 마요. 엄마는 바쁘니까 이해해줘야 해요’라고 말했대요. 정말 가슴 뭉클하고 뿌듯했어요.”

어린 딸이 이런 의젓한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 대표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엔 오롯이 육아에만 집중해 충분한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는 “하루 24시간 아이와 함께 있진 못해도 퇴근 후에는 항상 최선을 다해 몸으로 놀아준다”며 “단 몇십 분이라도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간질이고 뽀뽀하는 등의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태은(39) 맘스라디오 대표와 딸 이혜윤(3)양

그렇다고 늘 집에서만 놀아주는 것은 아니다. 엄마와 함께한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 함께 밖으로 나간다. 조금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아무런 계획 없이 아이와 근교로 소풍을 떠나기도 한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틈틈이 아이와 엄마가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요. 엄마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지난달엔 업무가 일찍 끝나 아이를 데리고 서울대공원으로 갔어요. 떨어진 낙엽을 아이와 함께 밟으며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고 동물원에서 호랑이도 보여줬죠. 엄마와 함께한 추억은 유치원 소풍보다 훨씬 기억에 남고 오래가는 것 같아요. 저에게도 업무를 잠시 벗어나 아이와 함께 힐링하는 시간이 됐어요.” 

김 대표가 중시하는 자녀 교육법이 있다면 바로 ‘책 읽어주기’다. 어린이 동화를 보여주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 3년간 총 만 여장 정도를 아이에게 읽어줬다. 책으로 따지면 하루에 20~30권을 읽은 셈이다. 앞으로도 아이에게 사교육보다는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줄 계획이다. 그는 “태교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고 아이가 아주 어릴 때도 자주 책을 읽어줬다”며 “아이와 놀이하듯 재미있게 읽다보니 이제는 아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책에 재미를 붙여 혼자서도 잘 읽는다”고 했다.

본인이 워킹맘이다보니 함께 일하는 ‘엄마’ 직원들의 속사정도 잘 살피는 편이다. 김 대표와 함께 일하는 직원 6명 중 4명은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워킹맘이다. 엄마로서 서로의 생활 패턴을 잘 알기에 업무적으로 배려하는 부분이 많다. “직원 대부분이 아이 엄마로 구성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서로의 삶을 너무나 잘 알죠. 예컨대, 오전 9시쯤 되면 ‘아, 어린이집 보낼 시간이니 바쁘겠구나’ 생각해요. 그러면 그 시간을 피해 연락하거나, 혹 연결이 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해줘요. 또 아이와 관련된 급한 일이 있다면 충분히 배려하고요. 그렇다고 일에 대한 소홀함은 전혀 없어요. 모두 사업에 대한 열정과 열의를 갖고 일하기 때문에 업무 분담하며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어요.”

김 대표는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됐던 시기가 ‘새로운 인생을 찾는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그가 ‘뛰는 아이 위에 나는 엄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것도 이같은 취지에서다. “여자는 출산을 기점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같아요. 그전엔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적성을 잘 모르는 상태로 취직이 돼서 직장에 다녔다면, 출산 후엔 ‘내가 뭘 잘하나, 뭘 좋아하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거죠. 얼마 전 저희 맘스라디오에 결혼 전 디자이너로 일하다 지금은 떡케이크 사업으로 성공한 대표님이 나오셨어요. 출산을 하고 문화센터에서 떡케이크 만드는 걸 배우다가 사업을 시작해 딱 1년 만에 성공한 CEO가 된 거죠. 처음부터 크게 욕심을 갖지 않고 시작한다면 누구든지 새로운 인생을 열 수 있어요.”

김 대표는 육아를 ‘컬러 TV’로 표현했다. 결혼 전엔 삶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흑백 TV’였다면, 결혼 후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삶의 다양한 면을 오색찬란하게 보여주는 ‘컬러 TV’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결혼과 육아를 통해 삶의 다양한 면을 보며 모두가 공감할 수 나만의 콘텐츠가 생긴다”며 “집에서 육아하는 엄마들이 ‘나는 뭘 잘하지, 뭘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깊게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