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찾기 최종 목표는 행복한 삶, 성적·대학·취업 위주 진로교육 바뀌어야”
입력 2016.11.18 18:13
  •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한국 교육의 미래를 말하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

    당장, 선택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성적과 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현실적으로 어떤 걸 고를까. 사실 답은 빤하다. 열에 아홉은 전자(前者)다. “문제죠. 꿈보다 성적이 먼저인 거잖아요. 성적은 꿈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이지, 목표가 아닌데 말이죠.” 조진표(45) 와이즈멘토 대표가 말했다.

    조 대표는 진로교육 전문가다. 그동안 눈앞의 성적에만 관심을 쏟던 어린이·청소년·청년들이 내일의 생애 설계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일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회로 바꾸는 것, 그게 진로교육이고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지난 14일 서울 대치동 와이즈멘토 사무실에서 꿈길 터주는 업(業)을 가진 그를 만났다.

    ◇진로교육, 올바른 방향으로 꿈길 걷게 돕는 것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 진로교육의 사전적 의미다. 조 대표는 이를 좀 더 구체화해 설명했다.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고, 그렇게 파악된 적성을 기반으로 행복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진로교육이에요. 진로 선택의 순간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것이기도 하죠.”

    조 대표에 따르면, 진로교육의 핵심은 ‘자신과 꼭 맞는 직업 매칭(matching)’이다. “올바른 진로교육 방향은 자신에게 맞는 성향과 적성을 고려해 그에 어울리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은 좀 더 행복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거든요. 따라서 자신과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교육 과정에서 학습·진학·취업 정보를 집중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소위 ‘교육 선진국’도 진로교육 방향은 이와 같다. 영국·덴마크 등은 진로교육의 핵심인 직업에 대한 체험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단계별 교육과정(키 스테이지·Key Stage) 중 ‘키 스테이지 4’에서 직업과 관련된 학습을 진행한다. 기존 직업 경험은 물론 창직·창업에 관한 내용도 가르친다. 덴마크도 청소년진로지도센터와 지역진로지도센터를 전국 곳곳에 두고 의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수혜 대상도 넓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학교 밖 성인도 진로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최종 목표를 행복에 두고 학습·진학·취업 등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게 바로 선진국의 진로교육”이라며 “우리나라 진로교육도 이를 벤치마킹해 발전을 꾀하는 중”이라고 했다.

  • ◇“앞으로 뭐하면서 사나요?”

    조 대표의 전(前) 직업은 경영 컨설턴트였다. 2004년 삶의 방향을 틀고, 진로교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계기는 그의 친형 때문이었다. “언어·논술 ‘일타 강사’로 메가스터디 부사장을 지냈던 고(故) 조진만 선생이 제 친형이에요. 2001년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 우리 형제는 자주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어요. 어느 날, 형님이 대뜸 그러시더라고요. 요새 학생들이 하는 질문 중 정말로 무서운 질문이 있다고요.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 앞으로 저 뭐하면서 살까요?’라고 하더군요. 학생들이 국어 교과 내용에 대해 물으면 다 알려줄 수 있는데, 앞으로 뭐하면서 살아야 하느냐고 질문하면 해줄 말이 없다고 안타까워하셨죠. 그러곤 형님은 나중에 아이들 꿈 찾아주는 일 꼭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에게 함께 하자고도 하셨고요. 형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그게 유지(遺志)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아예 나서게 된 거죠.”

    이후 조 대표는 회사를 세우고 체계적인 진로교육을 위해 진로적성검사도 만들었다. 진로적성검사는 해마다 12만명의 학생이 본다. 검사받은 학생은 100만명을 넘는다.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허도 등록했다. 조 대표는 “현재 진로적성검사는 IT 기술과 결합해 더 체계적인 진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적성 찾고 진로 설계하고

    조 대표에 따르면, 진로 찾기 과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적성 파악과 진로 설계다. 조 대표는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체험활동 강화, 전문가 상담, 적성검사 등을 주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효과적인 진로 설계를 위해선 진로성숙도 향상, 사회 변화 인지, 교육·입시제도 공부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로성숙도는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 정보를 구체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진로 찾기의 첫걸음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직접 경험’이다. “체험하지 않으면,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없어요. 따라서 적극적인 체험과 참여가 흥미 분야를 발견하는 첫 단추죠. 아예 어떤 것부터 체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적성검사를 해보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또 다른 진로 찾기 도우미로 신문도 추천했다. 조 대표는 “특히 인터뷰를 한데 모은 사람 혹은 피플 지면에서 요즘 뜨는 직업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며 “이러한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재해서 쓴 글이기 때문에 직업이나 지위에 오르기까지 과정이나 해당 직업에 대한 전망 등도 포함돼 있어 좋은 자료가 된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나 뉴스 시청도 권했다. 진로 설계를 위한 중요 과정 중 하나인 사회 변화를 인지하는 데 도움이 돼서다. 조 대표는 “신문·다큐멘터리·뉴스 등 매체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매체를 접하는 과정에서 진로가 보인다면 그게 관심 분야이고, 또 진로 정보다”라고 했다.

    ◇진로교육 발전 막는 성적지상주의… “효과적 교육 위해 장·단기 처방 필요”

    현재 우리나라 진로교육이 안착하는 데에는 아직 걸림돌이 있다. 조 대표는 “과도한 성적지상주의로 인한 사회적 인식이 커다란 장애물”이라고 했다. “진로교육의 성공을 위해선 인식 개선이 필수예요. 특히 성적지상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100명의 아이가 한 방향으로 뛰면 1등은 한 명밖에 나오지 않아요. 각자 뛰고 싶은 방향으로 뛰게 하면 모두 1등을 할 수 있어요. 후자가 가능한 사회가 된다면, 덩달아 직업에 따라 사람을 보는 잘못된 시선도 달라질 겁니다. 직업의 귀천이 사라지면서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로도 바뀔 거고요.”

    앞으로 진로교육이 더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선 어떤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진로교육 과정은 비슷해요. 하지만 현재 추구하는 교육목표는 달라요. 선진국의 경우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우리나라는 취업에 더 중점을 두죠. 사실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상 변화를 주기는 어려워요. 진로교육도 단기적인 처방과 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하죠. 단기적으로는 고교 진학, 대학 진학, 취업, 재취업 등 결정적인 진로 선택 이벤트를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해요. 장기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체험하는 각종 체험정보, 능력 향상 정보 등을 관리해 완전 개인화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생애 관리형 진로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형태의 진로교육이 자리를 잡는다면 취업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행복을 최종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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