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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재밌게 만드는 ‘요술램프’…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이 학교 현장 바꿀 것"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입력 : 2016/11/11 19:28

김상균 교수/이경민 기자

[한국 교육의 미래를 말하다] 김상균 강원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공부, 이제 재밌어진다. ‘요술램프’는 딴 게 아니다. 바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앞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평가받는 개념이다. 현재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최전선에서 전파하는 인물이 있다. 김상균(44) 강원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일 강원대에서 만난 김 교수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앞으로 학교가 재밌는 곳, 행복한 곳이 될 겁니다.”

◇하기 싫은 것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게이미피케이션. 우리말로 풀어쓰면 ‘게임화(化)’다. 정의는 간단하다. ‘게임이 아닌 영역에 게임 요소를 접목해 재미를 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을 게임처럼 즐기게 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해를 도울 만한 예가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는 건강 기부 계단이에요. 사람들이 평소 귀찮아하는 ‘운동’을 유도하기 위해, ‘기부’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거죠. 하기 싫은 것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게이미피케이션입니다.”

적용 부문은 무궁무진하다. 경영·의료·마케팅·공공 서비스…. 그중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만한 대표적인 분야로는 교육이 꼽힌다. 김 교수는 “게임의 특징은 몰입도를 높인다는 것인데, 공부를 몰입해서 한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소개된 건 5년 전이다.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미피케이션 서밋(Gamification Summit)’을 통해 용어가 확립되면서다.

김 교수도 그즈음 게이미피케이션을 접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박사 과정 시절, 연세대에서 교양 과목 강의할 때부터 게임을 접목한 수업을 진행했어요.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하지만 주변에 게임을 접목한 강의를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 교수법을 발전시키기 어려웠었어요. 그러다가 2011년 말쯤 게이미피케이션을 접하게 된 거예요. 북미 지역이나 일부 유럽 지역에선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때부터 파고들기 시작했어요."

/이경민 기자

◇교사는 게임 마스터, 학생은 게이머

김 교수에 따르면,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은 교실을 바꾼다. 그동안 교사가 꽉 쥐고 있던 교실 주권은 진짜 주인인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교사와 학생의 역할이 ‘확’ 달라지면서다.

“기존엔 교사는 교수자, 학생은 학습자였어요. 하지만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교실에선 다른 역할을 맡게 돼요. 학생은 더 이상 ‘스튜던트(student)’가 아닌 플레이어(player)’ 혹은 ‘게이머(gamer)’가 되는 거예요. 학생 입장에선 이전과 다른 아주 행복한 역할이 주어진 거죠. 교사는 기존 ‘지식 전달자’에서 게임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게임 마스터’로 역할이 달라져요. 학생들이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거죠.”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수업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도전해볼 만한 미션, 미션 성공 시 즉각 제공하는 포인트, 누적된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는 또 다른 보상 등이다. 김 교수는 “이는 게임의 기본 구조를 교실 수업에 접목한 것”이라며 “이 세 가지 조건이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적용한 수업 사례도 있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 수업을 진행하는 경기 용인 흥덕초의 경우엔 과학 시간에 ○/× 퀴즈, 초성 퀴즈 등을 풀며 용어와 개념을 익힌다. 단순한 퀴즈 풀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답을 빨리 맞힐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등 적절한 보상도 있다.

긍정적인 효과도 뒤따랐다. “현재 흥덕초와 서울 무학중이 과학 시간에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답변이 아주 많았어요. 과학이 재밌어지면서, 이와 관련된 직업을 갖겠다는 학생들도 있었죠. 지식을 습득하는 것뿐 아니라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미래도 생각하게 된 거예요.”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이 낳을 효과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또 다른 목표는 ‘역량 강화’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학적으로 접근하면 ‘귀납적 교육’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도덕성, 창의력, 협업 능력 등 개인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거죠.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은 주로 체험과 활동으로 구성되는데, 미션 수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앞서 언급한 역량 등을 길러내는 거예요. 만약 효율적인 지식 습득을 위한 연역적 교육법인 플립드 러닝과 조화를 이룬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겁니다.”

김 교수는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이 더 확산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프레임’은 잘못 설정됐어요. 모두가 60세 이후를 바라보며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있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대략 80세쯤 된다고 해요. 지금 청춘들은 수명이 더 늘어 90세까지 살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90세 인생’을 3등분해 정리해볼까요? 30세까지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억지로 참으면서 공부해요. 취직 후 60세까지도 죽어라 일만 하죠. 61세부터 90세까지의 행복을 위해서예요. 60세까지 계속되는 공부와 일은 피할 수 없는 거라지만, 어차피 해야 한다면 즐기면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재미를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은 그 열쇠가 될 겁니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이 안착한 학교 현장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김 교수가 말했다. “아마 자살률이 뚝 떨어지지 않을까요? 함께 게임을 하면 저절로 친구가 생길 테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학생들의 창의력도 향상될 거예요. 미션을 수행하고 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게 될 테니까요. 그러면 ‘제2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 ‘한국의 제임스 다이슨(다이슨 창업자)’도 나오지 않을까요? 노벨상도 나올 수 있겠죠.”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경험하고 싶다면…

초·중·고교생이라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개발한 ‘사이언스레벨업(sciencelevelup.kofac.re.kr)’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교사나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페이스북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포럼’을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