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가르치는 새 학교 모델, 한국의 유학 산업·교육 혁신 이끌 단초 될 것”
입력 2016.11.04 17:02
  • /이경민 객원기자
  • [한국 교육의 미래를 말하다] 최진영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교수

    교육 분야에 몸담은 한 ‘역발상가(家)’가 지난 3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4000여명이 국내서 4일간 머물며 치맥(치킨+맥주) 파티를 열었다는 기사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외국인 중·고교생 4명이 4000일간 국내 유학하는 환경 마련하는 게 더 낫지 않나….’

    그가 내친김에 생각을 머릿속에서 꺼내, 대형 연예기획사·교육 기업과 함께 ‘일’을 벌이고 있다. 해외 청소년 유학생들이 한류(韓流) 문화와 한국형 교육과정을 함께 배우는 학교를 만들고 있다. 내년 서울 강남에 개교할 ‘K팝 국제학교(가칭)’ 가 그것이다. 이는 국내에선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교육·유학 모델이다. 상상을 현실로 옮긴 주인공은 바로 최진영(46·사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교수다.

  • /이경민 객원기자
  • ◇친한파 육성 프로젝트

    -‘K팝 국제학교’는 어떤 학교입니까?
    “‘한류’와 ‘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 모델입니다. 현재 해당 분야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손잡고 이를 추진하고 있죠. 저는 산학협력 프로젝트 차원에서 참가하게 됐고요.”

    -현재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K팝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 설립의 근본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조기 유학입니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이 영어권 국가에 유학 가듯, 해외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로 유학 오게 하는 것이죠. 일종의 ‘친한파(親韓派) 육성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많은 해외 청소년들이 한국 유학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갖는다면, 훗날 그 파급 효과는 상당할 거라고 봅니다.”

    -K팝을 함께 내세운 이유는요?
    “특정 대중문화에 나라 이름이 붙은 사례는 많지 않아요. K팝은 해외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는 한국의 문화 상품입니다. 동경하는 세계 청소년들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유학생 수요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생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설립 취지에 맞게 해외 청소년 유학생을 주로 선발할 예정입니다. 재학생의 70%가량을 이들로 꾸릴 계획입니다. 나머지는 국내 학생이 될 거고요.”

    -교육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K팝 관련 실기 분야와 국·영·수 등 교과 수업(국내 중·고교 과정에 해당)으로 이뤄집니다. 교실에선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론이나 지식 수업은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형태로 진행되며, 교실에선 프로젝트나 실기 위주로 진행하게 됩니다.”

    ◇해외 청소년 유학생이 공부할 한국 학교가 없다?

    -학교 설립에 제약은 없습니까?
    “규제보다는 법적 근거가 아예 없어요.”

    -그게 무슨 얘기인가요?
    “외국인이 한국 학교에 다니는 것에 대한 법 조항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당연히 외국인이 한국 교육을 배우는 학교 모델도 없었죠. 그동안 한국에 체류하는 해외 청소년 유학생은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만 다닌 거예요. 외국인학교는 대개 미국 커리큘럼을, 국제학교는 학교 설립 주체(외국 교육 기관)의 교육과정을 따라요. 한국에 있지만 외국 교육을 받는 거죠. 엄밀히 따지면 그들은 한국에서 유학하는 게 아닌 셈이에요.”

    -그렇다면 K팝 국제학교의 설립 형태는 무엇인가요?
    “학교 인·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미인가 대안학교 형태로 출발합니다. 따라서 국내 중·고교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별도로 검정고시를 봐야죠. 유학 비자를 받기도 어렵고요. 이 역시 설립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 설립을 준비하면서 느끼신 게 많겠네요.
    “그동안 아무도 외국 청소년의 한국 유학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어요. 최근에 유커 4000여명이 나흘 동안 국내 관광하면서 치맥 파티를 열었던 게 화제가 됐잖아요. 외국 청소년 4명이 4000일 동안 한국 유학하는 것보다 비슷한 효과를 낼 텐데….

    -해외 청소년들이 한국에 유학 오게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겠죠. 교육부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등이 머리를 맞대 적극적인 해외 청소년 유학생 유치 전략도 고민해야 하고요. 한국의 초·중·고교 교육을 경험한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도 우리나라 학교에 진학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요. 학령인구 감소로 점점 대학 신입생이 줄고 있잖아요. 외국인 유학생을 어렸을 때부터 유치하면, 기대되는 효과들이 상당히 많다고 봐요.”

    ◇다양한 학교 모델이 필요하다

    -K팝 국제학교와 같은 다양한 학교 모델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기존 교육으로는 사회 변화를 따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교육 혁신이 필요하고, 교육 혁신을 위해선 다양한 학교 모델이 필요하니까요.”

    -우리나라에선 새로운 학교 모델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더딘 편인데요.
    “학교 설립에 관한 법적 문제 때문이죠. 새로운 학교 모델엔 특색에 맞는 ‘맞춤형 교육 과정’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러한 커리큘럼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요. 우리나라 학교는 정부가 정한 교과별 수업시수를 반드시 지켜야 하니까요. 공간에 대한 제약도 새 학교 모델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학교로 인정받으려면 학생 1인당 건물면적, 체육관 보유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진정한 교육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선 학교 설립이나 운영 부분에서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앞으로 K 팝 국제학교의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K팝 국제학교가 한국 교육을 바꿀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새로운 학교 모델이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낼 테니까요.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유학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단초도 됐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교육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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