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능력보단 성장 잠재력 지닌 인재 원해"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8.11 09:52

[2018학년도 대입을 말하다⑧] 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

  • 조현호 객원기자
    ▲ 조현호 객원기자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만 뽑나요?”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에 대해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가진 오해다. 학교 이름 탓에 ‘외국어 특기생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다. 이달에만 벌써 4차례 열린 입학설명회에서도 이 질문이 빠짐없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중국언어문화학부 교수·사진)은 ‘노(No)’라고 단언했다. 나 처장은 “어문학을 기반으로 한 특성화 대학이지만, 상경계·이공계 등 다양한 전공을 갖춘 데다 학제상 ‘이중 전공’이 필수”라며 “단순히 외국어 구사력이 뛰어난 어학 인재보다는 세계 각국 지역 전문가, 나아가 글로벌 융복합 인재로 도약할 수 있는 학생 선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자소서 4번 문항 중요… “잠재력 잘 보여줘야”

    2018학년도 한국외대 입학전형(이하 서울캠퍼스·글로벌캠퍼스 합산 기준)은 지난해와 비교해 전형 종류와 숫자, 선발 방식에 큰 변화가 없다. 수시모집에서는 전년보다 138명 늘어난 2097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전체 모집인원의 6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형별로 살펴보면 학생부위주전형 비중이 늘고,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 비중은 줄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나 처장은 “수험생들이 안정적으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게끔 하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수험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 공교육 내실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나 처장은 올해 한국외대 입시의 주요 포인트로 ‘잠재력’을 꼽았다. 외국어 구사 능력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의미에서다. 공인외국어 성적이나 경시대회 입상 경력, 외국어 면접 등을 반영할 수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대폭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하는 학종(일반·고른기회Ⅰ)은 전년보다 87명 늘어난 총 862명을 선발한다. 수시모집 정원의 약 41%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선발 방식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학생부·자기소개서) 100%로 해당 모집단위 인원의 3배수를 선발하며,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70%)와 면접(30%)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나 처장은 “이미 외국어를 잘하는 ‘완성형 학생’이 아닌, 앞으로 잘할 수 있는 ‘준비된 학생’을 뽑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외국에 대한 호기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개척 정신, 실험 정신 등을 가진 학생이라면 학종에 도전해 보라”고 했다.

  • 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학종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고교 생활 속에서 어떻게 키워왔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보여주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현호 객원기자
    ▲ 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학종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고교 생활 속에서 어떻게 키워왔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보여주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현호 객원기자
    학종의 주요 평가요소로 꼽히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도 ‘얼마나 잠재력을 잘 표현했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외대 자기소개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통문항 3개, 그리고 대학 자율문항 1개 등 총 4개의 문항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나 처장은 대학 자율문항인 4번 문항을 학종 합격의 열쇠로 꼽았다. 대학이 수험생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모아 놓은 집약체이기 때문. 앞서 한국외대는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국대·경희대·서울여대·연세대·중앙대 등과 4번 문항을 통일했다. 이들 대학은 ‘해당 모집단위 지원 동기와 이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 지원자의 교육환경(가정, 학교, 지역 등)이 성장에 미친 영향’ 등을 4번 문항에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4번은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문항이에요. 수험생이 우리 대학에 입학한 후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하고 있죠. 수험생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해요.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기술하고, 꾸며내기보다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올해 학종 면접은 교과지식 등을 물어보는 공통질문을 과감히 폐지하고, 제출서류를 기반으로 한 개별면접을 실시한다. 수험생이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면접을 준비할 수 있도록 평가 방법을 개선한 것이다. 나 처장은 “올해부턴 계열별 공통질문 없이 서류기반형 면접을 진행하므로 사전에 자기소개서와 학생부를 충분히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울러 1인당 10분 내외로 진행되는 개별 면접에서 질문 핵심을 파악해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사전 모의 면접을 통해 충분히 연습하라”고도 귀띔했다. “수험생들이 면접에서 실수하는 가장 큰 이유가 ‘긴장’이에요. 긴장을 이겨내지 못해 하고픈 말을 못하고 자신 없는 태도로 임하면, 그간 아무리 준비를 잘했더라도 소용 없습니다. 선생님, 부모님, 친구 등과 함께 실제 상황처럼 모의면접을 진행해보며 긴장을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 처장은 학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전공적합성’에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45개의 전문화된 외국어를 가르치는 특성화 대학이다 보니, 특수외국어과에 지원한 수험생들 가운데 전공적합성 부분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브라질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학종 면접에서 브라질과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거나 활동을 급조하는 등 진솔하지 못한 경험을 나열해 입학사정관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식이다.

    “해당 언어(국가·지역)에 대한 지식과 학습이 평가에 유리할 순 있지만, 거짓된 경험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어요. 독서, 학교 동아리 활동, 자율활동, 비교과 활동 등 평소 학교생활 속에서 언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그러한 노력과 과정을 보여주는 편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학생부위주전형인 학생부교과전형도 올해 전년보다 59명 늘린 550명을 뽑는다. 학생부교과전형은 말 그대로 서류나 면접평가 없이 학생부 교과만으로 100% 선발한다. 나 처장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지만, 올해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등으로 요건 충족이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교과성적 환산의 경우 세부 교과목별로 ‘등급에 의한 환산점수’와 ‘원점수에 의한 환산점수’ 중 수험생이 유리한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 “외국어특기자도 잠재력·학업능력 등 종합 평가”

    학종이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면, 특기자전형은 ‘능력과 잠재력을 모두 갖춘 학생’을 선발한다. 특기자전형(외국어·수학/과학)은 총 125명(외국어특기자 122명·수학/과학특기자 3명)을 선발한다. 선발 방식은 1단계 서류평가(자기소개서·활동보고서·활동 증빙자료) 100%로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서 1단계 성적(70%)과 면접(30%)을 종합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특기자전형 자기소개서는 총 4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지원 모집단위와 관련된 분야(해당 외국어 또는 수학/과학)의 역량과 잠재력, 글로벌 소양 등의 내용이 잘 드러나도록 작성하면 된다. 활동보고서의 경우 해당 지원 분야와 관련된 우수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작성하면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선 불가능한 교외 수상실적 제출도 가능하다. 면접 역시 한국어와 함께 해당 외국어로 진행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나 처장은 특기자전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학생을 뽑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 살다 온 덕분에 그 나라 언어 구사만 유창한 학생을 무조건 뽑진 않는다”며 “그 지역의 문화, 정서, 가치관, 그리고 잠재력과 학업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 통합교과형 논술… “현직 고교 교사 논술 출제 참여”

    논술전형은 전년도와 동일한 560명(서울 450명·글로벌 110명)을 뽑는다. 선발 방식도 작년과 같이 논술(70%)과 학생부 교과(3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가른다. 글로벌캠퍼스의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해 수험생의 부담을 낮추고 기회의 폭을 넓혔다.

    한국외대 논술고사는 통합교과형으로 출제된다. 총 4개의 문항을 통해 독해력, 비교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한다. 논술고사에 활용되는 지문은 교과서와 EBS 교재 등을 활용하며, 영어 제시문(1개)의 경우에도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의 지문을 활용, 수험생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나 처장은 한국외대 논술전형의 특징으로 논술고사 출제 전 과정에 ‘현직 고교 교사들이 참여한다’는 점을 꼽았다.

    “현직 고교 교사가 출제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 감수하는 수준을 넘어, 본교 교수진들과 함께 출제방향 설정, 지문 선정, 문항 출제, 감수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실질적으로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논술고사가 출제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얘기죠. 입학안내 홈페이지 내 논술가이드에 실린 기출문제와 모의논술문제를 참고해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정시, 수능 100% 선발… 영어는 등급별 차등 감점

    정시모집은 전 모집단위에서 수능 100%로 1310명을 선발한다. 영역별 반영비율을 살펴보면, 인문계열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가 각각 30%, 30%, 20%, 20%로, 자연계열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가 각각 20%, 30%, 20%, 30%로 변경됐다. 인문계열의 경우 수학 유형 제한이 폐지됐다.

    특히 올해는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제가 시행되는 첫해인 만큼 등급에 따라 차등 감점키로 했다. 나 처장은 “영어영역은 1등급에 100점을 부여하고, 2등급부터 인문계열 등급당 4점 감점, 자연계열 등급당 2점 감점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