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아이에게 “오늘 행복했니” 물었나요
김소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7.28 10:50
  • 지난 19일 오전 11시, 경기 지역 고교생 A군이 한 복합 상가 건물에서 투신하는 일이 있었다. 이날은 학교 중간기말고사와 수행평가 성적을 합산한 1학기 종합 성적표가 배부되는 날이다.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으나 성적표를 받아든 A군이 홀로 한 상가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한 사건이 다시금 엄마 네티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2007년 한 외고생이 자살을 하면서 남긴 글이 커뮤니티를 타고 한동안 이슈가 됐었다. 당시 사건을 각색해 한 네티즌(글·그림 by kimong)이 만화 형식으로 만든 이야기의 대사만을 발췌해 봤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아. 잠자리 잡기도 좋아”

    “그림 그리기도, 잠자리 잡기도 좋지만, 지금은 공부를 해야 할 때란다”

    “엄마 나 수학 100점 맞았어. 이제 됐죠? 나 그림을 그리고 싶어”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영어도 공부해야지. 그림은 나중에도 그릴 수 있단다”

    “엄마 나 영어 100점 맞았어요. 이제 됐죠”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경제도 공부해야지. 다 너를 위한 일이란다”

    ‘엄마는 언제쯤이면 이제 됐다고 하는 거야’

    “쿵”

    -      엄마, 이제 됐어?

    외고생이 자살을 하면서 남긴 유서에는 단 네 글자만 적혀 있었다. ‘이제 됐어?’ 엄마가 요구하는 성적에 도달한 직후 아이는 자살을 택했다. 투신하는 순간까지 다른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우등생이었다는 아이는 성적 강박감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성적을 내고 자살을 택한 것이다. 

    A군의 투신 소식을 접한 날, 우연히 유치원 원아들이 하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마중 나온 엄마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오늘 재밌었어?”라는 엄마의 질문에 아이들은 “너무 너무 재밌었어”, “행복했어”라고 답을 했다.

    아이들이 자라며 사춘기가 찾아오고 더 이상 이런 대화는 오글거린다고 엄마도 아이도 거부했을 수 있다. 그렇다해도 우리는 너무 오래 아이의 행복에 대해 묻지도 않고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공부 말고도 세상에는 소중한 것, 신나는 것, 가치로운 것이 얼마든지 많다는 걸 우리는 왜 수능 공부처럼 중시해 가르치지 못했을까. 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도 댓글을 통해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서부터는 한번도 행복하냐 물어본 적이 없네요. 반성해요”, “피곤해하고 스트레스 받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가도 현실이 이런걸 어쩌나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해놓고 또 애를 달달 볶았네요”, “몇년만 고생하면 되는데 좀 참지하는 안타까움과 엄마가 받을 상처가 오롯이 느껴집니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아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아야 살 수 있는 구조가 된 걸까요” 같은 자기반성과 1등만 살아남는 우리 사회 구조의 모순에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