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주의 열정스토리] Stupid, 전형이 아니라 나라의 생존방법이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5.23 16:13
  • 수능과 학종의 존재이유에 대해 여기저기서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말 고려대가 2018학년도부터 논술을 없애겠다고 발표하고 난 후 서서히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이윽고 연세대가 교과전형을 폐지하겠다고 하자 마른 장작에 불붙듯 학종에 대한 논란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심지어 폐지론까지 대두되던 수능과 학종을 비교하며 어느 언론은 ‘수능이 우리 대한민국이 오늘날까지 오는데 기여한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라고 쓰고 있다. 하기야 학원관계자들이 모여 인터넷신문을 만들어 대학현장까지 취재하러 다니는 마당에 무엇이 안되랴마는 이해관계가 산을 넘어 바다를 건너는 모양새다.

    나라가 가난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개량하거나, 노골적으로 모든 것을 베끼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도 다들 눈감아줬다. 중국이 초기에 산자이, 즉 짝퉁제품을 만들어도 그냥 넘어갔던 것과 같은 이유다. 모두들 가난했고, 그 빈곤에서 탈출하는 길은 오로지 대학뿐이었다. 80년 학번들까지 진학률은 겨우 20%초반에 불과했다.

    명문대 간판만 따면 돈과 권력과 명예, 3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물론 그 때도 돈을 많이 번다던 의사 사위에게는 아파트, 자동차, 병원열쇠 3개를 사준다고 했었다. 알파고 시대에는 보장할 수 없지만. 그런데 이제 무역수출입총량 10대 국가가 되었다. 우리가 베끼기는 커녕 우리 것을 중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쳐다 보는 시대가 되었다.

    #언론 1 '헉To The 컥'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하게 된 이유는 수능이라는 제도이다. 그 공헌을 생각해보라'
    그야말로 '헉To The 컥'이다. 
    그렇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이 짧은 시간내에 선진국의 문턱까지 온 것은 ‘학벌’로 대표되는 인재들이 ‘재벌’로 대표되는 재화를 벌어들인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명문대학 서열은 고착화되었다. 침침한 닭장같은 좁은 방안에서 수십명의 시골처자들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일을 해 동생을, 오빠의 학비를 벌었다. 남의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시집만 보내달라며 귀한 딸을 식모라는 이름으로 현대판 쿤타킨테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다 그랬다. 그 시절엔. 그래도 되는줄 알았다. 왜냐고? 자유가 뭐고 인간이 뭐고 가치가 무엇인지 몰랐으니까. 배부르고, 등 따습고, 시간많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가치다. 그 과거의 가치가 재벌을 만들고, 갑을을 만들고, 적하효과(물이 가득차면 넘친다. 그 넘친 물을 가난한 이가 받아 먹는다)로 인해 적어도 모두가 굶어죽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 동안 알파고가 생겼고, 이제 우리 150년 인생도 내다보는 우리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세상이 되었다.

    어쨌든 독재라도 이렇게 발전을 하게 만들었으니, 과거로 돌아가볼까? 12시면 통금, 머리 길면 자르고, 미니스커트 못입고, 탁하니 억하고 죽고,.. 그 시절로 돌아갈까?
    그 시절에는 그 시대에 맞는 법칙이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이 시대에는 이 시대의 생존룰이 있는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학종으로 인해 명문대 안에서도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이 '이너 서클'을 만들어 이런 가치를 독점하게 되었다고. 정말? 특목고와 자사고가 왜 만들어졌는데? 시험과 학력위주로 선발한 것 아니었나? 그 특목 자사고도 이제 바뀌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경쟁시대가 되었다. ‘학업성적’이 아니라 ‘학업역량’이다. 
     
    학종은 특목이나 자사고를 나오지 않아도, 일반고를 나와도 자신의 특성을 고려한 뚜렷한 꿈과 목표가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열정이 있고, 결과보다 동기와 과정을 중시하는 스토리텔링의 T자형 인재를 키우는 제도다. 우리의 ‘사위’와 ‘며느리’감을 뽑는 제도다.

    딸딸 암기하고, 밤새서 100점 맞은 사람보다, 영화를 보다 흥미가 생겨, 책을 찾아 읽고, 그 내용에서 호기심이 생겨 위키백과를 검색하고, 거기에서 얻은 정보로 TED를 찾아보고, 지식체널e와 다큐멘터리를 보며 지식을 채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적호기심과 노력의 과정을 통해 90점 맞은 사람을 선호한다. 이 것을 학종에선 ‘학업성적’이 아니라 ‘학업역량’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내일 오후 3시 반부터는 창의적으로 사세요’하고 한다고 창의적이 되는가? 창의력은 교육과 발상, 그리고 우리의 DNA 변화로부터 나온다.  알파고 시대에 국영수가 필요없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국영수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한다고 말한다. 
    지금 10대 이하들은 나중에 커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계하고 경쟁해서 직업을 얻어야 하는 세대다. 학교에서 열심히 국영수를 배운다는 것은 불도저가 등장하는 시대에 열심히 삽질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파고의 등장은 대한민국에게는 정말  행운이다.

    알파고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주는 시대.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의 본능은 창조적인 것이 아니라 알콜중독과 도박, 마약으로 간다는 것을 미국정부로부터 의식주를 보장받은 인디언의 삶을 예로 보면 알 수 있다. (출처)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79&aid=0002831975

    알파고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결국 알파고를 만든 사람은 인간이라고 일깨워준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 생각하는 사람이다. 알파고는 인간이 왜 바둑을 두는지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생각은 창조요 창의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만드는 교육. 로봇이 왓슨이 할 수 없는 일을 창조해 내는 교육. 바로 점수로 줄세워 선발하는 전형이 아니라, 소질을, 끼를, 진정성을, 전공적합성을, 리더십을, 나눔배려정신을, 지적호기심을 가진 사람을 키우기 위해 전형을 만든거다.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키우기 위해서다. 그게 학종의 본질이다. 그런데 거꾸로 가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인가? 왜 그러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학교가 변하고 있다.

    잠만 자던 아이들이 변하고 있다. 너도 나도 동아리를 만들고, 흥미없고 귀찮던 임원도 서로 하려 하고, 학교행사에 발벗고 나서고, 방과후 학교에 신청이 쇄도한다. 인기동아리는 인터넷으로 모집하고 10분도 안되어 마감된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학교다.

    종합전형은 특기자 전형이 아니다.

    자꾸 논문이야기를 한다. 스펙이야기를 한다. 그 의도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런 금수저 전형이니 있는 집 자식들이 대물려 명문고, 명문대가게 된다고? 그래. 그래서 수능 없애고, 줄이고, 내신전형 줄이자는거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액과외와 학원으로 무장한 아이들이 좋은 학교가는 전형. 나와도 경쟁력없게 만드는 전형, 학교는 퇴행하고 역사의 시계바늘은 뒤로 돌리고, 암기주입식 인간형을 만드는 교육은 줄이자는거다. 패자부활전 정도로 남기자는거다.

    그리고 그게 두려운 분들은 결사반대하거나 교묘한 자료로 교란하고 있는 것 아닐까.
    사교육이라구? 진짜 사교육이 무엇인가? 영어, 수학, 탐구, 국어, 논술아닌가? 일년에 33조원 규모다. 잊었는가? 31개 대학밖에 출제못하고, 학원밖에 못가르치는 논술은 왜 지금까지 그대로 두셨는지. 영어 수학학원은 왜? 그런거 없애자고 만든 전형이 학종아닌가?  소논문 못쓰게 하면 된다. 그렇다고 아이들 스스로 쓰는 탐구보고서도 못쓰게 하면 안된다. 책읽고, MOOC보고 진짜 자신의 지적호기심을 키우는 아이들의 활동도 보야아 한다. 시장의 기능에 맡겨두자. 자율에 맡겨두자. 정부가 지금까지 한 것보다 시장의 기능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던가. 교통정리 하는 순경 때문에 사거리 막히는 모습 수없이 봐오지 않았던가. 시장은 정직하다. 수요와 공급이 넘치거나 부족하면 스스로 정화한다.

    언론을 믿지 마라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기사 하나를 페이스북에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글들이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왜냐고? 논란의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단독] 창의체험, 불합격자가 14시간 많아… 베일속 ‘자동봉진’ 기준

  • 그렇다. 정성평가와 정량평가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다. 전형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과 시대의 가치를 논하는 것 자체부터가 무리였다. 심지어 소제목을 ○‘자동봉진’ 더 많이 해도 불합격- 이라고 뽑았다. “본보가 16일 종로학원하늘교육과 지난해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 259명의 스펙을 분석했더니 창의적 체험활동은 합격자(53명)와 불합격자(206명) 간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웠다.”란다. 그 상관관계는 결국 시간이었다.

    왜 그 봉사를 하게 되었는지, 그 봉사를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어떤 성장을 했는지 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해도 그런 말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이제 논쟁을 접는다.  

    참고로 한 학생의 자기소개서 봉사-부분을 소개한다. 봉사란 이런거다. 시간의 총량이 아니다. 다른 활동도 마찬가지다.

  • 목욕물만 버려야지, 아기까지 함께?

    학종의 문제는 이런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모든 학교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조건 가야 할 길이기는 하나 이런 상태에서 대폭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한 문제라는 것. 하지만 아기를 목욕시키고 나면 목욕물만 버려야지, 아기까지 버리나? 세월호 사건나면 제도를 개선하고 안전대책을 세워야지 수학여행을 없애나? 교통사고가 빈발하니 바깥에 안나가고 인터넷으로만 세상을 살아갈껀가? 가야할 길이라면 의논하고 개선하며 함께 만들어나가야한다.

    학교가 변해야 한다

    학교 스스로가 발전하고 좋아질 수 있도록, 선생님 처우도 개선하고, 업무량도 줄여주고, 수업방식도 변화시키자. 언론도 그런 대안과 해결방안에 집중하자.
    학부모나 교사 역시 모두 공감하지만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루거나 바꿔서는 안된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로 시계바늘을 되돌릴 순 없다.

    수업의 방식이나 학생에 대한 관찰, 기록을 위한 교육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이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각 대학들이 깨닫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미 교육당국은 7년여동안 진로교사 양성, 자료배포, 세미나 등을 대학과 함께 수없이 해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걸 흘려들은 교육당사자들이다.

    과도기엔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자기소개서와 논문을 대필해주는 컨설팅은 사라져야 한다. 짜장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짜장면을 만들 재료를 준비해주어야 한다. 어릴때부터 진로를 설정해주고 학과정보를 주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대비를 시켜주어야 한다. 그 역량을 키워주어야지 그 정답만 외우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야 암기주입식 교육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왜 이런 활동을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활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동기와 과정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초중때 씨를 뿌리고, 고등학교때 꽃을 피우고, 대학에서 열매를 거두고, 사회에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학종은 갑자기 생긴 제도가 아니라 창의력과 전문성이 없으면 치열한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삶의 방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