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학생부 종합 소논문 사교육에 미래는 없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5.02 11:06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요즘 학생부 종합이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큰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학생부 종합도 입시인 만큼 대치동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컨설팅 자소서 소논문 구술 면접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사교육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교육이 존재하는 것과 사교육이 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 학생부 종합에 관련된 사교육은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 대표적 예가 소논문 관련 사교육입니다. 오늘은 학생부 종합 관련 사교육 중에서 소논문 등 글쓰기와 관련된 사교육에 관련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결론을 미리 말씀 드리면 학생부 종합을 위한 글쓰기에서는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논술 교육에서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해 온 첨삭이 전혀 도움 되지 않습니다. 학생부 종합에서 굳이 누군가의 필요하다면 자신의 활동을 생기부에 담을 때 요약이 필요하고 그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생기부를 작성하는 1월과 2월 사이에 한시적으로 발생하는 수요이지 논술처럼 1년 아니 3년 내내 학생의 글을 봐주면서 장기간의 투자를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이제 첨삭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첨삭이란 글의 주제잡기에서부터 구성을 거쳐 표현까지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더 좋은 글이 되는 과정과 결과를 모두 포함합니다. 논술처럼 객관적이며 정답이 있는 시험에서는 확실히 첨삭이 도움이 됩니다. 제시문 독해에서 출제의도 즉 답을 찾고 일정한 형식(대학교수가 기대하는 요약 비교 적용 등의 글쓰기 능력)을 갖춰 답안을 보기 좋게 구성하는 능력까지 첨삭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학생부 종합에서는 제시문이란 것이 없고 아예 문제도 없습니다. 특히 소논문이 그러한데 본인 스스로가 연구주제를 잡고 연구 문제를 만들고 자료를 찾고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전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집니다. 서론-이론적 배경-본론-결론 등의 기본 골격은 있지만 그 안에서 모든 걸 자신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학생부 종합에서는 소논문 그 자체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생부와 자소서에 기록된 자기주도학습 과정을 평가합니다. 실제 어느 대학도 학생들의 완성된 소논문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학교가 없다는 게 그 증거죠. 

    어른들이 하는 주제를 흉내 내고 전문가가 쓰는 전문 용어를 사용하며 정형화된 패턴으로 썼다는 걸 안 대학의 입학사정관(물론 소논문을 제출하지 않기에 대학들은 학교 선생님들이 생기부에 써주신 것들로 판단하겠지요)들은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학생, 즉 스스로 만들어간 학생이 아니라, 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대학이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그 학생 글의 세련됨과 연구의 완성도를 평가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글을 통해서 드러나는 그 학생의 열정과 지적 호기심, 진정성을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학교 교육 과정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믿음 같은 게 요구됩니다. 이런 것들은 학생과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지 학교 바깥에서 사교육 전문가의 도움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소논문 첨삭은 비교육적인 동시에 비효율적입니다. 첨삭을 통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나 지식이 아닌 것들이 자신의 활동 속에 들어가면 그 학생은 그 활동에서 진정성은 물론 열정 호기심 자기주도성을 다 놓쳐 버리게 되고 그 흔적은 생기부에 반드시 남습니다. 소논문에서는 독창성이 중요한데 첨삭을 받게 되면서 첨삭하시는 선생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됩니다. 학생이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자료를 찾아가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창발적 사고인데 이 창의적 사고가 싹틀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지요. 소논문과 논술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논술은 학생의 창의적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출제자 대학교수의 생각이 중요한 시험이지만 소논문은 대학 교수도 아니고 학원 강사도 아닌 바로 그 학생의 생각과 느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자발성이 조금이라도 위축되면 학생은 자신의 활동에 의미부여를 더 이상 포기하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첨삭 선생님의 느낌과 생각을 자신의 것인양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결국에 이런 논문은 티가 나게 마련입니다.

    물론 교내상을 위해 준비하는 보고서나 논문 등은 일정 정도의 양식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형식적 측면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도움이 필요한 영역도 논문 양식을 지켰는가, 논리적 비약이나 오류가 있는가 정도로 극히 제한됩니다. 논문 양식이라든지 자료 찾는 방법이라든지 참고 문헌 및 각주를 다는 방법이라든지 적절한 주제 설정 등에 관해서는 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나 과목별 선생님(요즘은 많은 학교 선생님들이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셔서 사교육 선생님보다 훨씬 더 소논문 지도를 잘 해주십니다.)의 도움을 받아 대부분 학교 안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소논문 교재들이 학교 선생님들이 쓰셨고 공교육 현장의 사례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사고 대원외고 하나고 서울과고 같은 자사고 특목고들은 사교육이 아닌 학교 수업과 방과후 수업을 통해서 논문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학교에서는 철저한 심사를 통해 누군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면, 심지어 소문만으로도,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일반고에서도 공교육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학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2015 개정 교육 과정(2021년도 수능에 첫 적용)에 따르면 이공계열 예시 시간표에 ‘수학과제탐구’, 경상계열 예시 시간표에 ‘사회문제탐구’라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습니다.(사진 참조) 앞으로는 일반고에서도 정식으로 소논문을 배우고 쓰는 기회가 마련되는 거지요. 지금은 과도기로서 틈새를 사교육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쟁력이 밀리는 사교육은 사라질 운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언론에서는 소논문 사교육이 마치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다 받는, 고등학교에서 대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보도되지만 현실에서는 부촌인 대치동을 비롯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소논문 사교육이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 물론 사교육에 의존해 처음부터 누군가가 대신 써주거나 참고문헌 등의 자료를 대신 찾아주거나 학생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이나 취향이 주제 선정부터 연구 방법 설계 등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을 속이기도 힘들겠지만 설사 선생님을 속이고 생기부에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대로 적어준다고 해도 정체성과 열정을 동시에 상실한 소논문을 본 입사관들은 ‘이거 프로 냄새가 나는데, 누가 도와주었겠군, 0점’ 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내릴 가능성도 커집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고등학생다운 참신함과 문제의식, 연구자의 경험이나 흥미가 반영된 증거, 학교 수업과의 연계성 등이 있어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지, ‘아니 고등학생이 어떻게 이런 논문을 쓸 수 있지?’ ‘어른들이나 할 수 있는 어려운 주제에 도전했으니 그 자세를 높이 평가해야겠어’ 이런 입학사정관들은 단연컨대 한 명도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소논문에서 사교육 전문가의 도움은 득보다는 실이 훨씬 더 많은 비효율적인 투자라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수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서 내 아이가 대학에 떨어지도록 미래를 망칠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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