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주의 열정스토리] 놀아야 대학 간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3.28 11:28
  • “나는 전생에 신사임당이었을 거야. 적어도 한석봉 엄마는 되는거지. 맹모는 아니더라도”

    이 쯤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억울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내가 잘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을 자식만을 위해서 살아왔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왜 우리 아이는 이토록 돈을 쏟다 붇고, 시간을 투자하는데도 3등급도 되지 않는 걸까요? 기껏 외고 자사고를 나와 미국유학 보냈는데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자식 잘 되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혹시 나의 욕망과 불안을 자식사랑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 시대가 변했다.
    가난했습니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로맨틱한 것도 아닙니다. 아침마다 ‘머리카락’을 사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가발을 만드는 겁니다. 발전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남의 것을 베껴도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려니. 관심이 없거나 동정을 받는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법관이 되어서 권력을 갖거나, 의사가 되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의 로망이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개천에서 나는 용이 되어야 했습니다.

    가치라던가, 인권이라던가 라는 것이 아니라 못사는 나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은 무시되었습니다. 마구 베끼고 모방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8시간 일할 때, 주말에 TGI하며 쉴 때 휴가도 반납하고 일해야 했습니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가르치는대로 외우고 순종해야 했습니다. ‘왜?’ 는 허용되지 않는 시대였습니다. 교과서에 이렇게 나와 있잖아. 마치 지금 TV에 나왔어 – 라는 말처럼 모든 것을 규정하는 헌법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가치가 바로 ‘시험으로 너와 나를 구별짓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엘리트는 시험으로 뽑는 것이었습니다. 1등과 꼴찌가 있었습니다. 바로 예비고사, 본고사, 학력고사, 수능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직도 우리 DNA속에 박혀 있습니다.

    ○ 정시에서 수시로
    누가 뭐래도 시대는 바뀐 듯 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입니다. 
    과연 변하는 것은 사랑만일까요?

    ○ 수출입 1조달러 시대
    여기저기 외국인이 득실댑니다.
    1968년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갔을 때 NASA의 방 하나 가득한 컴퓨터를 모두 합쳐도 지금 스마트폰 한 대의 CPU도 되지 못합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 드론. 무인비행기.
    거창하게 첩보전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도미노 피자 배달하는데 쓰입니다. 일상이 된 것이죠. 퀵 서비스용이란 말입니다.  적어도 이제는 불어터진 짜장면 먹을 일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아파트가 많아서 베란다로 배달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 3D프린터. 공장이 뭐가 필요해. 뭐든 찍어내.
    미국 카툰 보니까 부모들은 팝콘 먹으며 TV보고 3D프린터가 아이들을 찍어내더군요. 그걸 보면서 우리 부모님 들 이런 생각하실지도 모르죠. “공부 못하는 자식문제 해결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얼라 하나 더 만드는 건데. 그냥 3D 프린터로 팍 찍어내 버려?”

    그렇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시대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앞으론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라는 것입니다.

    ○ 인기직업이 변한다. - 오랜 세월 인기를 누리던 직업에도 지각변동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직업은 뭐죠?
    박사라고 합니다. 대학 시간강사도 만만찮죠.
    그렇다면 10년 뒤 최하위 소득 직업은 뭘까요? 변호사라면 믿으시겠어요? 2020년 최고 연봉 직업은 고령자 돌보기라는 건?

    ○명문학교가 변한다. 인기학과도 변한다.
    서울대가 70%넘게 수능을 보지 않고 서류로 뽑습니다. 다른 명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왜일까요? 서울대측은 “우리는 공부도 잘하는 아이를 뽑는다”고 했습니다.
    공부 잘하는 것이 첫 번째 가치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학생을 원하는 걸까요?

    이 시대는 이제 더 이상 책만 파고 드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의자왕을 원하지 않습니다. 꿈과 목표가 뚜렷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학생을 원합니다. 책, 영화, 다큐멘터리, 논문, 여행, 신문, TED 등을 통해서 자신의 소질과 끼와 관련된 진로 동기를 찾아가는 학생들을 우리 사회는 원합니다. 

    ○ 수능으로 돌아가겠다고?
    어떤 정치인과 신문이 ‘수능’으로 돌아가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학종에 대해 비판합니다 ‘수능’만이 공정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은 금수저를 위한 전형이라는 겁니다. 과연 그런가요?

    1. 사교육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어느 전형?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 사교육을 잡기 위해 정부는 영어절대평가제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자고 하던 분들은 누구시던가요? 종합전형을 줄이고 수능을 늘리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어떤 학생들이 가장 유리할까요?

    2. 수능만이 공정하다고?
    12년동안 배운 모든 것을 하루에,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하는 전형. 최우수 학생이 실수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생리를 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한 문제라도 틀리면 바로 등급이 변해버리는 그런 전형.
    참고서 달달 외우고 문제 유형 외우면 유리한,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에게 유리한 전형. 그래서 재수, 삼수가 늘어나는 그런 전형.

    너의 꿈은 무엇인지, 그 꿈을 위해 스스로 책과 신문을 읽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적호기심으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력하며, 자신이 느낀 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자신을 낮추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으로 함께 손잡고 나가는 품성을 지녔는지, 노력해 왔는지 그런건 절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전형.

    ○ 비행기 사고날까봐 외국 안가겠다는 분들께
    부모 잘 만나서 대학원생 섭외하고, 실험실 빌려서 대회 참가하는 학생도 있겠죠. 하지만 그랬다고 그런 학생만 뽑아주는 전형도 아니지요. 차사고 날 수 있다고 아예 길거리로 나서지 말라는 꼴.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왜 안하시는지?

    학교가 바뀌고, 아이들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 일본, 독일 선진국 제품과 방식을 따라서 배우고 때론 모방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고, 따라서 이제는 창의력과 자기주도적인 능력이 없으면 국가의 발전도, 개인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왜 모르시는지? 학종은 제도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한 시대 패러다임 변화가 만들어낸 흐름이라는 걸 생각해 보시길. 학생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머리를 빡빡 밀고, 교복 입히고, 제식훈련 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무엇이 다른지.

    알파고 인공지능 시대에 주입식 암기교육이 더 이상 필요한 것인지, 수학시험에서 계산기를 쓸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을. 0.1점 차이로 인생이 달라지는 필기시험 입시가 아니라, 자신이 꾸준히 노력해 온 과정을, 실적을, 열정을, 인성을, 전공적합성을,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실적형 입시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보시기를.

    전철에서 버스에서 어른을 보고도 자리 양보는커녕, 선생님을 봐도 인사도 안하고, 길거리에서 버젓이 담배를 당당하게 피워대는 그런 학생들이 왜 늘어났는지 고민해 보시기를. 자신이 탐구하는 주제를 찾아 밤새워 책을 읽고, 논문을 찾고, 토론하고, 탐색하는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으신지? 

    ○ 학교가 변해 간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를 바꾸고 있습니다. 귀찮던 임원도 해보려 하고, 자율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주제를 토론하는 모습이, 독서기록을 위해 책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그런 모습이, 자신의 꿈을 계발하는 봉사활동을 스스로 찾는 모습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갈 길입니다.

    제자들의 특성을 찾아내 발전시키고, 이를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해 동아리, 담임, 과목 선생님들이 모여 사례를 찾아내고, 토론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땀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타고난 두뇌나 부모의 경제력에 힘입어 고액과외를 통해 높은 성적을 올리지 않아도, 즉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독서, 여행, 신문, 토론, 미디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키워 나가고, 그 과정이 동기가 되어 뚜렷한 진로목표가 된 아이들은 이제 억지로 하기 싫은 것들을 강요받으며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진정 원하고 소질과 끼에 맞는 활동을 당연히 신나게 스스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된 것이지요. 시간이 걸리고 부작용이 있더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 다양성의 시대
    암기를 잘하고 학습능력이 뛰어난 친구도, 논리적인 사고력을 가진 친구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친구도, 탁월한 특기를 가진 친구도 모두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인재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얼마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느냐 에 있습니다. 남자에게 치마를?.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습니다. 억지로 입히려다 보니까. 옛날에는 다 그랬어!라고 하니까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디지털 이미그런트, 즉 이민자세대입니다. 갓난아이에게도 스마트 폰 하나 주면 너무나 잘 갖고 놉니다. 우리는 다방구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았고, 골목에 나가면 언제든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철수야..놀자.. 기억나십니까?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소리쳐 부르실 때까지 놀던 우리와는 달리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이란 쳇바퀴를 돌리며 살아갑니다.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없습니다. 이 아이들은 결국 PC 혹은 스마트폰으로 친구를 만납니다. 그걸 무조건 막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저녁 먹을 때까지 들어와..했던 것처럼 언제까지 라고 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신문읽기, 자료찾기, 동영상 강좌 듣기 등에 활용하게 합니다. 

    말을 물가에는 데리고 가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동기를 부여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주는 것이 부모여야 합니다.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하게 해야 합니다. 잘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억지로 하라고 하지 말고, 150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경쟁력을 주는 것은 바로 성적통지표가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라는 것을, 신나게 행복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추구하는 ‘자기주도적’인 ‘전공적합성’입니다. 그렇습니다. “놀아야 대학” 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