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학생부에 학생 정보 없는 건 교사들 불통탓… 소통해야”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02.18 16:05

  • 17일 ‘2016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컨퍼런스’서 교육 관계자들
    “대학은 학생 특성 적힌 학생부 원해… 교사 간 정보 공유 後 기재해야" 촉구



    “학생부 자율활동 항목엔 자율활동 내용이 없어요. 안전교육을 받은 학생이면 그냥 ‘몇 월 며칠 안전교육을 받음’이 끝이에요. 길어봤자 ‘열심히 참여함’이고요. 이건 학교 기록이지 학생 개인에 대한 기록이 아니죠. 교사들끼리 모이세요. 그리고 학생에 대한 정보와 관찰 내용 등에 대해 소통하고 공유하세요. 그래야 현 학교 기록에서 학생 정보가 제대로 드러나는 ‘학생 기록’으로 옮겨갈 수 있어요.”(김경범 서울대 학생부기록개선방안 연구팀·서어서문학 교수)

    “교사의 수고는 커졌지만, 정작 대학은 정보의 부재를 말합니다. 평균적인 학생부에는 학생 개인이 보이지 않아요. 대학은 학생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학생 학업태도에 대한 정보를 얻길 바라는데 다수 학생부는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에요. 정보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거죠.”(김해용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고교 교육이 대입과 관련 없이 자리 잡아야 대학 입시가 바로 섭니다. 그때그때 변하는 대입 전형을 힘겹게 따라가는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 자리 잡는 고교 교육이 실현되길 바랍니다.”(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The-K)호텔에서 전국 중·고교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 대학 입학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6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우수성과 공유 컨퍼런스’가 열렸다. 지난 두 달간 전국 5개 권역에서 개최된 서울대 ‘샤 교육포럼’이 고교 교사들의 요구사항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을 진단하는 자리였다면, 이날 컨퍼런스는 고교 현장에 ‘효율적인 학생부 기재’를 촉구하는 자리였다. ‘학생 개인 정보 결여’가 쟁점이 됐다.

    ‘학생부 정보의 재구조화 연구’ 결과 발표에 나선 서울대 학생부기록개선방안 연구팀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존립하려면 대학이 원하는 정보와 고등학교가 기록하는 정보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교사 간 소통 부재 등으로 인한 학생부 기록 획일화는 학생 개인보다 학교 영향력 강화를 가져온다”며 “교사 관심과 역량에 따라 학생 평가 유불리가 발생해 학생부 전형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교사 간 정보 공유로 ‘사실’과 ‘관찰·평가’가 균형 잡힌 학생 개인의 특성을 제공해야 대학의 학생 평가가 수월해지고, ‘기록의 획일화’에서 오는 고교 등급제 논란도 불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해용 서울시교육청 연구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들은 일관되게 학생부 정보 부재를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대학이 학생 평가 시 알고 싶어 하는 정보와 고교 학생부가 제공하는 정보 사이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학생 개인 정보를 필요로 하는데 학생부는 학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해용 연구사는 학생 개인을 보여주는 평가 정보로 △학생 개인의 소질과 역량을 보여주는 정보 △학생 개인의 동기와 수행 과정에 대한 정보 △학생 개인의 학업 성취 수준을 보여주는 정보를 꼽았다.

    김 연구사와 학생부기록개선방안 연구팀이 정의한 학생 평가 관점에서 좋은 학생부는 ‘사실’과 ‘관찰·평가’가 균형 있게 배치된 기록이다. 사실 기록의 경우 ‘학교 공통’과 ‘학생 개인 노력’으로 나뉘는데, 학생 개인 노력과 관찰·평가 둘 중 하나만 꼽으라면 학생 개인 노력이 우선이다. 학교 공통 사실이란 ‘교내대회 참가’ ‘학급 임원’ 등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하게 입력될 수 있는 내용을 말한다.

    김 연구사는 “대부분 학생부는 학교 공통에 대한 사실은 잘 기록돼 있다. 여기에 학생 개인 노력과 관찰·평가가 적절히 배치되면 가장 좋은 학생부라고 할 수 있다”며 “학교 공통 사실이 잘 기재됐다는 가정 하에 ‘학생 개인 노력이 결여(공란 처리)된 학생부 A’와 ‘관찰·평가가 안 적힌 학생부 B’가 있다면, (관찰·평가가 없더라도) 학생 개인 노력을 기록한 B가 더 좋은 정보를 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현재 학생부 정보가 ‘학교 공통’ 사실에만 치우친 고교라면, 학생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도록 권장하고 교사들은 이를 관찰해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김덕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실제 기록 사례를 통해 학생부 기재 방안을 제시했다. 그가 공개한 A 학생부의 경우 ‘2학기 학급 서기(2013.08.16~2014.02.28)로서 회의록 등 학급 일지 작성 및 그 기록을 보관하며 출결기록을 확인하는 데 있어 성실하게 행동함’ ‘우리역사문화 바로알기 체험활동(2013.05.08~2013.05.10, 강원권 지역)에 참여하여 지역의 유적지 탐방 및 견학 활동을 통해 역사문화적 식견을 높이는 계기로 삼음. 제00회 00제 행사(2013.09.06)에 참가함’ 등이 입력돼 있다. 김 장학사는 “A 학생의 기록은 해당 학년 대부분 학생에게 동일한 내용이 기입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행사를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월 2일에 수업한 중세국어 ’월인석보‘ 수업에서 중세국어의 주격조사의 여러 형태를 이해하였으며, 월인석보에서 같은 형태를 취한 조사임에도 해석상 주격조사가 아닌 관형격 조사 ‘의’로 읽어야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 발표함(세부능력 특기사항·국어)’이라고 적힌 E 학생부도 교사의 관찰 및 평가의 부재를 지적했다. 김 장학사는 “수업에 대한 기록은 1년 동안의 활동을 누적해 짧은 문장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에서 위 국어 기록은 마지못해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율활동과 동아리, 진로활동 등 기록에 대해서는 “교내 동아리와 토론대회 등의 활동으로 볼 때 학생 관심 영역이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교내에서 이뤄진 활동이 교과와 서로 연결돼 있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학업 역량을 잘 보여주는 의미있는 자료”고 평했다. 이어 “이러한 학업 역량이 학생 개인별로 더 구체적으로 기록되고, 학업 역량이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학생부 타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과장도 삼가야 할 표현으로 제시됐다. M 학생의 한국사 과목 세부능력 특기사항의 경우 ‘역사 분야의 서적을 많이 탐독하고 역사에 대한 드라마, 연극, 영화 등을 빠짐없이 섭렵하여 인문학의 기초분야가 튼튼하게 정되었으므로 장차 인문학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임’이라고 기재된 것과 관련 “역사 분야 서적을 탐독한 것은 확인이 가능하나 역사 드라마, 연극 등을 빠짐없이 섭렵했다는 말은 과장으로 보인다. 학생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은 현실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교사간 학생 정보의 소통과 공유를 통해 구성되는 학생부 기록 시스템을 강조하며, 연구팀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학생부 기록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교육과정에 근거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하는 표준화된 틀을 만들고 학교간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에서 ‘일반고 살리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목별 성취 기준에 따른 △성취 수준 특성 △실기능력 △교과적성 △학습활동 참여도 및 태도 △직무능력 등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예시하고 교사가 이를 기초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하면 학교 간 차이는 줄어든다”고 했다. 전동구 포항제철고 교사는 “교사가 학생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무엇을 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대학은 정량적 평가 지표보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서술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취평가제는 고교 학생부 정보와 대학의 평가 기준이 일치됐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생부 정보의 재구조화에 대한 발표에서도 교과활동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중심이 됐다. 연구팀은 “학교 중심 기록에서 학생 중심 기록으로 가기 위해서는 항목간 연결이 강화되고 교사간 소통이 활발해져야 한다”며 “기존 학생부는 항목간 연결성이 약해 영역별 내용이 분절돼 있다. 서로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학생에 대한 정보를 담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새로운 학생부 구조는 △수상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독서 등 전 영역들이 교과활동과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반 아래 서로 연계되는 것이다. 학생의 이러한 정보는 종합의견으로 추천서에 담기게 된다. 연구팀은 “‘교과활동+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해당 학기의 각 과목의 교육과정으로서, 각 교과 단원과 소단원 주제를 학생부 다른 항목 활동과 연결한다는 의미”라며 “가령 고교 1학년 1학기에 이수하는 교과목과 교육과정 내용을 기초로, 수업과 연계된 학교 교육계획이 수립돼야 다른 활동과의 연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