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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배우는 연애, 과학이 제기하는 인문학적 문제들, 도시 농부 프로젝트…. 최근 출간한 도서명 혹은 이색 문화강좌명이 아니다. 지난해 서강대 재학생들이 학교에 제안한 새 교양 교과 목록이다.
서강대는 지난 2013년부터 ‘교양 교과 제안전’을 열고 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 교양 교과를 직접 설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안전에서 수상할 경우엔 창의성과 실현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실제 교양 강의로 채택하기도 한다. 상금도 준다. 서강대에 따르면, 그동안 개설된 250여개 강의 중 10%가량이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교양 과목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제안한 교양 강의들은 기존 강의와 비교해도 질적인 면에서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학생들이 직접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것을 응원하는 상아탑(象牙塔)이 늘고 있다. 학생 스스로 강의나 학기를 설계할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수행했을 때에는 이에 상응하는 학점을 인정하고 상금도 주고 있다.
아주대는 올해 신학기에 ‘파란학기제’를 도입했다. 파란학기제는 학생들이 개인이나 팀 단위로 도전 과제를 정하고 이를 한 학기 동안 실천하면 정규 학점으로 인정하는 교육과정이다. 해당 커리큘럼의 명칭인 파란(破卵)은 ‘알을 깬다’는 의미로, 기존 것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첫 파란학기제엔 총 120명의 학생이 참여해 42개 과제를 수행했다. 이들에게 부여된 학점은 830점에 달한다. 참여 학생들은 수업을 듣는 대신 경주용 자동차를 제작했고,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으며, 웹드라마를 만들었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길 바란다”고 했다.
이화여대도 지난해 도전학기제를 도입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도전학기제는 정규 수업을 듣지 않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한 학기에 최대 18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도전학기제 선발 학생들은 이 학기 동안 새로운 도전을 해서 성과를 얻으면, 값진 경험은 물론 학점도 이수하는 것이다. 아주대의 파란학기제와 비슷한 커리큘럼이다.
혜택도 빵빵하다. 선발 학생은 지도 교수의 컨설팅과 학기당 활동비 400만원도 지원받는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이번 도전학기제를 통해 직접 제작한 뮤지컬을 대학로 무대에 올린 학생, 노트북용 파우치 쇼핑몰을 창업한 학생 등이 탄생했다.
이광형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앞으로 대학이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습득한 지식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지혜의 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일부 대학에서 시행하는 ‘학생 주도형 커리큘럼’은 대학의 변화를 이끌 훌륭한 시도라고 본다. 주변 대학으로 좀 더 확대되고, 빠르게 안착시킬 필요도 있다”고 했다.
‘학교 주도형’에서 ‘학생 주도형’으로… 능동적 인재 양성에 눈뜬 대학들